일전에 한국인 관광객들과 함깨 탈린을 다녀왔다. 오전 오후를 둘러볼 여유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탈린 구시가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는 카드리오르그(Kadriorg) 공원을 방문한다. 

이곳에는 표토르 대제가 자신의 아내를 위해 지은 궁전, 다차, 에스토니아 최초 어린이집 등이 있다.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사람이 풀밭에 누워 자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있는 곳이 어딜까?
 

유럽연합기와 에토니아 국기가 휘날리는 곳을 보니 관광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건물 입구 정문에는 양쪽으로 각각 군인 한 명이 곧곧한 자세로 서 있다.


다름 아닌 이 건물은 대통령 집무실이자 관저이다. 이곳 풀밭에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한 사람이 그냥 자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12. 13. 07:02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헛공약이라 주장하고 있다.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이고 지금의 청와대는 개방해서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행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하기 때문에 종합청사 내 집무실 공간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보인다.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권위', '삼엄한 경호', '경직된 의전' 등이 아닐까. 이는 곧 평범한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접근 용이성을 악화시킨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고자 하는 의욕이 확고하다면 공간 위치 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상징적으로 구체화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하겠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는 어떨까? 대통령 집무실은 대통령궁이라 불린다. 빌뉴스 구시가지 안에 위치해 있다. 숙소인 관저는 빌뉴스 북동쪽 교외 숲 속에 위치해 있다. 일반 시민들처럼 대통령이 출퇴근한다. 출퇴근을 비롯한 이동시 거의 사이렌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정면
▲ 뜰에 보이는 차가 대통령 전용차이고, 바로 2층이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궁 건물 입구를 둘러싼 울타리도 없고, 경비병도 없고, 진입을 막는 장애물도 없다. 건물 주변을 둘러보면 이것이 한 국가의 원수가 집무하는 대통령궁이라고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안전은 어떻게 보호할까? 건물 외벽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가 그 몫을 한다.

▲ 대통령궁 광장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사람
▲ 대통령궁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들

그 동안 한국도 많은 변화를 이루어 수직사회가 수평사회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닌 탈권위주의적 요소도 하나씩 벗어나야 되겠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과의 소통과 동행을 꼭 해나길 바란다.


위 사진은 일전에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연말 장식등 풍경이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청와대에 접근해 이런 야경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5. 21. 06:09

리투아니아를 처음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을 종종 빌뉴스 구시가지로 안내한다.

"여기가 리투아니아 국가원수 대통령이 집무하는 궁이지요."
"어, 정말이요? 그런데 보초 사람은 보이지 않네요."
"그래요. 외곽 어디를 둘러봐도 보초 서는 사람이 없어요."
"참 평화로운 나라이네요."

보초 서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궁 광장에는 공놀이하는 어린이들, 재기차는 청소년들, 담배피우는 여대생들,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무리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광장 잔디밭에는 누워 책을 읽은 사람들, 앉아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 건물 위 리투아니아 휘장이 올라가 있으면 대통령이 집무중이다.
▲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정면
▲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뒷마당
▲ 뜰에 보이는 차가 대통령 전용차이고, 바로 2층이 대통령 집무실
▲ 대통령궁 담
▲ 대통령궁 담
▲ 대통령궁 광장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사람
▲ 대통령궁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들

위 사진에 있는 CCTV가 보초를 대신한다. 삼엄한 경비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초 없는 대통령궁이 이상하게 여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4. 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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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늦은 밤 폴란드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의 여자친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리투아니아 발다스 아담쿠스 전직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8일 같이 온다는 소식이었다. 여자친구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잠시 우리집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

폴란드에서 아침 10시경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아침식사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리투아니아 전직 대통령은 예우법에 따라 살던 관저에 계속 살고 있다. 시내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숲 속에 위치해 있다. 여자친구는 역사학 석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데 발다스 아담쿠스 전직 대통령의 인터뷰가 중요한 부문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려면 빨리 서둘러야겠네."
"아직 시간이 많이 있어."
"어디에서 하는 데?"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어디라고?"
"대통령궁에서."


전직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곳이 바로 현직 대통령이 집무하는 대통령궁(한국의 청와대에 해당)이라는 소리에 내 귀을 의심하게 되었다.

"오늘 대통령궁에서 어떤 모임이 있는 참에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니?"
"아니."
"그럼,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현직 대통령의 대통령궁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니?"
"사무실이 거기야."
"뭐라고?"
"대통령궁 안에?"
"그래."


전직 대통령 사무실이 대통령궁(청와대)에 소재

전직 대통령의 사무실이 현직 대통령의 대통령궁 내부에 있다는 소리에 또 한 번 내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재차 확인차 물으니 대통령 비서실이 있는 건물에 전직 대통령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사무실이 마려되어 있다고 한다.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이 대통령궁에 공존한다는 사실이 잔잔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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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대통령궁에 마련된 전직 대통령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 (왼쪽: 리투아니아 발다스 아담쿠스 전 대통령, 오른쪽: 역사학과 대학원생 레나타)

한국의 경우는 대통령 권력을 놓으면 짐을 다 사서 완전히 사저로 돌아간다. 형편에 따라 기존 건물을 이용하거나 새로운 건물을 지어 사무실을 마련해 전직 대통령으로 활동한다. 공간이 이렇게 완전히 떨어져 있어도 한국에는 가끔 전직 대통령측과 현직 대통령측간 긴장과 알력이 일어난다. 특히 대통령 기록물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노무현 전 대통령측간 빗은 갈등은 아직도 생생하다.

만약 한국에도 전직 대통령의 사무실이 청와대 안에 마련되어 있어 원하는 때에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본다. 이날 전직 대통령을 인터뷰하러 대통령궁을 방문하는 친구의 여자친구를 동행했다.

사진으로 보는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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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디미나스 성에서 내려다본 대통령궁 (가운데 엷은 연두색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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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면에서 바라본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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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궁 앞 광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남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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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건물 벽. CCTV 덕분에 경비 경찰이나 군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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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대통령 비서실 건물. 바로 이 안에 전직 대통령 사무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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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쪽에서 바라본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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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차가 대통령 전용차이고, 바로 이 차 위 2층이 현직 대통령 집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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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건물 어느 방이 바로 발다스 아담쿠스 전직 대통령 사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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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발다스 아담쿠스 전직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책을 선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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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레타타

석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을 인터뷰

이날 받은 신선한 느낌은 바로 친구의 여자친구인 레나타(Renata)가 주었다. 도서관에 앉아 주로 문헌을 통해 석사학위 논문을 쓸 수도 있지만 레나타는 이렇게 전직 대통령들을 직접 인터뷰함으로써 논문의 생동감을 주고자 했다.

또 한편 대학원생의 석사학위논문을 위해 바쁜 와중에 선뜻 인터뷰에 응해 준 리투아니아 발다스 아담쿠스 전직 대통령이 인상적이다. 레나타를 인터뷰 장소로 보내면서 한 10-20분 정도면 영광이라고 말했으나, 이날 인터뷰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놀라움 자체였다. 레나타는 조만간 폴란드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브스키(Aleksander Kwaśniewski) 전직 대통령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좋은 학위논문을 기대해본다. 

* 최근글: 자동차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 15일 횡단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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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