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9. 9. 06:35

빌뉴스 교외에 사는 친구로부터 모처럼 연락이 왔다. 토요일에 함께 자기 집에서 사우나를 하자고 했다. 폴란드에서 손님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우리 집에 손님들이 오는 데 같이 가도 되나?"라고 물었다.
"우리 집 뜰과 사우나는 충분히 넓으니 염려하지 말고 같이 와!"라는 답했다. 

우리 식구 세 명과 폴란드에서 온 손님 세 명과 함께 친구 집을 방문했다. 먼저 뜰에서 친구가 직접 구운 빵과자와 함께 차와 커피를 대접 받았다. 


친구는 다래도 내놓았다. 뜰 울타리에서 5년 동안 키운 다래나무가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다. 말랑말랑한 다래는 당도가 높아 참 맛있었다.


종교의식에 가까운 친구집의 사우나는 늘 인상적이다. 친구집 사우나에 대해서는 일전에 올린 글이 있기에 여기선 생략한다[관련글: 종교의식 방불케 한 유럽 친구집 사우나 체험].


우리가 가져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먼저 사우나를 하고 식사를 한다.   

무엇보다도 이날 우리 일행에게 신기한 모습은 바로 친구의 수박 자르기였다. 먹기 좋고, 보기 좋게 수박을 자라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수박이 자라지 않는다. 대체로 중앙 아시아나 남유럽에서 재배된 수박이 수입된다.

이날 친구가 보여준 수박 자르기는 아주 간단했다. 


먼저 수박을 통채로 식탁 위에 올린다
칼로 깊이 듬성등성 자른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먹는다



도마에 흘러내린 수박물을 닦아낼 필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수박을 자라는 법은 처음 보았다. 길게 자른 수박을 먹을 때 팔뚝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신경써인다. 하지만 비록 볼품은 없지만, 이렇게 먹기에 좋을 만큼 자른 수박을 먹어보니 정말로 수박물은 걱정은 없었다.

"우와~ 정말 쉽고 좋네! 우리도 이제 이렇게 수박을 잘라보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4. 24. 06:22

여름철이 다가온다. 흔히들 한국 사람은 마늘 냄새가 강하고, 서양 사람은 노린내 냄새가 강하다고 한다. 물론 조금 지나면 그 냄새에 익숙해지만, 유럽인들 사이에 살면서 보내는 여름철엔 내 코가 잠시나마 혹사당하는 것은 사실이다.  

더운 여름날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특히 냉방이 안 되는 승강기에는 그야말로 내 코는 고문을 당하는 듯하다. 바로 주위를 둘러싼 유럽 사람들의 겨드랑이에서 새어나오는 땀냄새 때문이다.


여름철 우리 집 목욕실 거울대에는 늘 겨드랑이 땀냄새 제거제가 놓여있다. 외출할 때마다 아내와 큰딸은 이 스프레이를 겨드랑이에 뿌리거나 물약을 바른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작은딸 요가일래는 언젠가 "아빠 닮아 겨드랑이 냄새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땀을 흘리게 하는 더운 여름날 아내와 함께 걸어갈 때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유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최근 낮 온도가 15도를 넘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자신의 겨드랑이를 내 코로 내밀었다.

"냄새 맡아봐!"
"그건 내게 고문이지."
"여기 옷 봐. 땀이 젖어있지? 한번 냄새 맡아봐!"
"어디 당신하고 하루 이틀 살았어? 벌써 10년을 훨씬 넘었는데 내가 그 냄새를 모를리가 없잖아!"
"그래도 한번 맡아봐!"

무슨 까닭이 있을 것 같아서 아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상하네. 평소 역거운 땀냄새가 안 나."
"그렇지?"
"그래. 한국 사람인 나하고 살다보니 당신 몸도 내 몸을 닮아서 그 냄새가 안 나는 것이 아닐까?"
"최근 알게 된 비책 덕분이야. 이젠 겨드랑이 땀냄새 제거제를 사지 않아도 돼."
"그 비책이 도대체 뭔데?"

아내가 알려준 비책은 향수도 데오드란트도 아니였다. 바로 유럽에서 빵을 굽을 때 사용하는 탄산 수소 나트륨(이하 제삥소다)이다. 베이킹 소다 혹은 베이킹 파우더라 부르기도 한다. 아내가 이를 사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먼저 겨드랑이를 씻는다
2. 제빵소다 분말을 손가락으로 조금 집어서 겨드랑이에 바른다

"당신 어디서 이 좋은 정보를 얻었는데?"
"리투아니아어로 된 기사를 읽었어. 제빵소다는 산성 성질을 중화시킴으로써 불쾌한 냄새를 제거할 수가 있다고 했어."

이 제빵소다 덕분에 올 여름에는 아무리 더워도 아내와의 거리가 좀 더 좁혀지길 기대해본다. 이렇게 욕실 거울대의 데오드란트 자리를 제빵소다가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제빵소다가 아내의 피부에 아무런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29. 07:00

숫자 32
이는 우리 집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고 있는 화초 수이다. 화초 가꾸기는 오랜 전부터 남편인 내가 맡아왔다. 물주기부터 분갈이까지 모두 맡아서 한다. 가끔 생일 선물로 서양란을 받는다. 이렇게 모인 서양란이 다섯이다. 서양란은 꽃이 납이를 닮았다고 해서 호접란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은 자주 주지 않는다. 밖에서 흔히 보이는 뿌리가 말라있다고 확인하면 물을 준다. 여름에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준다. 수도관을 틀어놓고 흐르는 물로 흠뻑 뿌리를 적셔준다. 이러게 몇 년째 서양란에 물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어느날 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었다. 이날따라 이 물을 버리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3차례 씻은 물을 모으니 대야가 한 가득이었다. 화초 물주기에 사용했다. 

잠시 후 서양란 물주기를 했다. 아까처럼 물절약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아주 단순했다.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서양란 화분을 대야에 담궜다. 잎으로 물을 뿌리면서 뿌리까지 자연스럽게 적셨다. 이렇게 처음 담은 대야물로 서양란 화분 다섯 개에 물을 주었다. 남은 물은 다른 화초에 물을 주는 데 사용했다.  


서양란을 가꾼 지 여러 해가 되지만 이렇게 물을 거의 한 방울을 하수구로 내보지 않고 물주기는 처음이었다. "왜 내가 그 동안 이것을 몰랐을까?"라고 물절약에 너무나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발견하자 "참 바보였구나!"라고 자신을 책망해보았다. 물론 흐르는 물로 난에게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만 10살 딸에게 이 역사적인 첫 (서양란 물절약) 깨달음을 기록에 남겨달라고 촬영을 부탁했다. 찍으면서 딸아이도 아빠의 물절약을 직접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