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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3 게걸스럽게 딸은 옥수수, 아빠는 추억을 먹는다 7
  2. 2008.10.02 옥수수밭 미로의 수수께끼 2
요가일래2010. 7. 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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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옷을 다 벗고 집안에서 지낸 지 벌써 3일째다. 어제 낮 온도는 33도였다. 이번에 가장 더운 날씨였다. 병원을 가는 데 우리 집 식구가 모두 동행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들어오는 벌레가 무서워 8살 딸아이는 혼자 집에 있을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 않아 푹푹 찌는 더위에 딸아이는 녹초가 되었고, 아내는 머리가 아파온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여름온도는 보통 20도 내외인데 이렇게 30도가 넘으니 금방 기진맥진하게 된다.

"리투아니아에도 여름이 이젠 정말 덥다."라고 말하자
"그래도 한국에는 습기가 많지만 여긴 건조하다."라고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우리 여름에 한국에 가지 말자. 더워서 구경도 하나도 못하잖아."라고 말하자
"그래 맞아. 봄이나 가을에 가자."라고 딸아이가 맞장구쳤다.
"그땐 너는 학교에 다니잖아. 아빠 혼자 갈 게."
"안 돼!!! 나도 데려가!!!"


요즘 요가일래의 최고 군것질거리는 옥수수이다. 수퍼마켓이나 재시장을 갈 때마다 요가일래는 옥수수를 사달라고 성화이다. 그런데 이 옥수수가 아내가 생각하기엔 비싸다. 그렇게 크지 않은 옥수수 두 개에 보통 4리타스(약 2천원)한다. 헝가리에서 수입한 옥수수이다. 리투아니아에는 옥수수가 잘 자라지 않고, 대부분 가축사료용이다.

일전에 딸아이는 마치 숨어서 혼자 재빨리 먹으려는 듯 발코니에서 게갈스럽게 옥수수를 먹고 있었다. 살며시 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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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도 좀 줘~"
"안 줄 거야."
"좀 줘~ 맛 한 번 보자."
"내가 맛 보니까 정말 맛있어. 그러니 아빠는 맛볼 필요가 없어."
"알았다. 혼자 맛있게 다 먹어."
"고마워~~~, 안녕!"

한 입 뺏어먹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자식 밥을 뺏어먹는 부도덕한 아빠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그저 일어나는 욕심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이날따라 한국에 살 때 텃밭에 가꾼 옥수수를  실컷 삶아주던 어머니와 그때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너는 옥수수를 게걸스럽게 먹고, 아빠는 추억을 게걸스럽게 먹으련다."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발코니에서 컴퓨터 책상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10. 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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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서쪽 외곽에서 트라카이로 가다보면 도로변에 있는 보기 드문 옥수수밭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보면 옥수수밭 내부에 도형이 그려져 있다. 혹시 외계인이 몰래 와서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옥수수밭 미로 그림” 행사를 통해 관광객을 이끌어 들이는 미국 콜로라도의 농부들을 연상케 한다. 리투아니아에서 이 옥수수밭 미로 사업을 최초로 실현시킨 사람은 생물교사인 사울류스 카민스카스이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이 사업을 꿈꿔왔으나 여건이 안되었다. 그러다가 올해 연초 창업을 위한 투자자를 소개시켜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의 사업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를 얻는 데 실패했다. 그는 투자자를 얻어 손쉽게 추진하는 것은 포기하고 소규모라도 자신의 노력을 다해 실현시키기로 결심했다.

올해 처음으로 1만5천 평방미터 면적에 약 16만개 옥수수 포기를 심었다. 그리고 그 안에 리투아니아의 상징인 게디미나스성을 도형으로 그려 1.5킬로미터에 달하는 미로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미로에서 출구를 찾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처음엔 모두가 그를 돈키호테로 바라보았다.

그 후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오더니, 이젠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생일파티 장소로, 그리고 단체나 관광객들의 이색 체험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농장주인 사울류스는 직접 유령 복장을 하고 때때로 미로에 나타나 산책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 미로를 함께 걷던 딸아이가 수수께끼를 내었다.
“미로 바로 옆에 자라는 옥수수는 왜 수염이 다 빠졌지?”
“보아하니 빠진 것이 아니라 일부러 수염을 짤라낸 것 같다. 왜 그럴까? 나중에 주인에게 물어보자.”

주인이 답하기를: "예쁘지 않으면 꺾지를 않는다." 그 순간 장자의 "直木先伐(직목선벌: 곧은 나무가 먼저 잘린다). 甘井先竭(감정선갈: 맛있는 우물은 먼저 마른다)" 구절을 각인시겨주는 것 같았다.

짓궂은 사람들이 미로 옆에서 잘 자라고 있는 옥수수를 꺾으면서 옥수수 대까지 부순다. 옥수수 대가 부서지면 미로의 형태가 손상이 된다. 그래서 그는 미리 옥수수 수염을 짤라내었던 것이다.        

옥수수밭 미로 입장료는 어른 4000천원, 어린이는 2500원이다. 주인 사울류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라 믿었지만, 지금까지 온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정신과 재정적으로 기쁨을 준다.”라고 만족했다. 그의 아내는 “처음엔 황당했다. 일을 시작하자 남편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건강한 여가를 줄길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해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할 때 정말 흐뭇하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를 얻는 데 실패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작은 규모로 시작해 실현시킨 사울류스가 무척 돋보여 보였다. ★ 꿈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자에게 이루어짐을 이날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 하늘에서 본 리투아니아 옥수수밭 미로 전경 (사진제공: 사울류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