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 리투아니아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트라카이(Trakai)를 모처럼 다녀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하기 전 매년 여름철이면 관광객들을 안내하든지 가족 나들이를 하든지 거의 매주 이곳을 찾곤 했다. 

 

트라카이는 중세시대 리투아니아의 옛 수도이다. 호수 3개가 서로 이어진 가장 큰 갈베 호수의 섬 위에 붉은 벽돌의 성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번 겨울은 그다지 춥지가 않아서 얼음 두껍게 열지 않았다. 혹한이 지속되었더라면 호수 얼음눈을 밟으면서 성으로 걸어서 갔을 텐데 말이다.

 

오늘날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최초의 성은 캐스투스 (Kestutis 1300-1382) 대공작이 14세기 중엽에 세웠다. 이어서 그의 아들인 비타우타스(Vytautas 1350-1430)가 1400년대 초에 확장 완성했다.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넓은 영토를 확보한 그는 바로 이 성에서 1430년  10월 사망했다.

 

한 때는 난공불락의 성이었지만 공성무기의 발달로 17세기 러시아와 전쟁에서 파괴되었다. 그 후 계속 방치되어 폐허가 되었다. 20세기 초부터 여러 차례 복원 과정을 거쳐 1962년 박물관으로 개장되었다. 오늘날 리투아니아 관광명소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여름철 12유로 겨울철 10유로다.

 

이렇게 투어를 마치고 키비나스(단수 kibinas, 복수 kibinai)를 먹기 위해 인근 키비나르(Kybar) 식당을 찾았다. 키비나스는 14세기 흑해 크림반도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카라이마스(karaimas, karaite) 민족의 전통음식이다. 밀가루 반죽에 양고기나 닭고기 소를 넣어 화덕에 구운 음식이다. 보통 닭고기 육수와 함께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부탁하니

종업원이 계산서와 함께 큐알코드(QR 코드)가 있는 카드를 함께 가져다 준다.    

 

웬 큐알코드 카드를 가져다 주지?!

눈을 궁굴리자 곧 알게 된다. 

바로 큐알코드로 팁을 내는 것이다.

발트 3국에도 팁문화가 있다.

보통 음식값의 10% 내외다.

 

큐알코드를 찍으니 스마트폰  앱이 열리고

"전기세와 난방비를 위해 팁을 모운다"라는 문구와 함께 종업원의 이름이 뜬다.

팁은 2유로 5유로 10유로 더 이상 등이 있고

2유로 팁을 줄 때 수수료가 0.37유로다. 

팁 액수에 따라 수수료가 다르다. 

 

팁을 주는 방법도 이제 시대에 맞게 이렇게 변해가고 있구나!

팁뿐만 아니라 팁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다니 

현금이 없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전통 방식에 따라 현금으로 팁을 지불한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6. 17:16

유럽 리투아니아는 국경일(영혼의 날 - 돌아간 조상을 숭배하는 날)인 11월 1일을 기점으로 학교가 일주일 방학에 들어간다. 보통 이맘 때부터 흐리고 추운 날씨가 대세다.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은 lapkritis다. 이는 떨어지는 나뭇잎을 뜻한다. 

우리 가족은 거의 매년 햇볕이 부족한 긴긴 겨울철을 잘 견디기 위해 이맘 때 따뜻한 나라로 가족여행을 간다. 행선지 결정은 아내 몫이다. 봄부터 아내는 여행지와 더불어 저가 항공권과 괜찮은 숙박 시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지중해 키프로스와 몰타 중 고민하다가 몰타를 여행지로 정했다. 이유를 물으니 첫째 해수욕도 여전히 가능하고, 둘째 호주 큰 딸과 영국 조카 가족이 더 싼 비행기표로 올 수 있고, 셋째 공용어 중 하나가 영어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막상 가족여행을 떠날 때쯤 리투아니아는 기록적인 날씨로 여름날 같은 10월 날씨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족여행 안 가도 될 텐데... 10월 24일 오후 라이언에어 비행기를 탔다. 직항이다. 왕복 비행기표가 1인당 180유로다. 빌뉴스 공항에서 몰타 공항까지 소요 시간은 3시간 20분이다.

지중해 몰타로 접어들자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금방이라고 폭우가 쏟아질 듯하다.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노을을 볼 수 있는 찰나인데 참으로 아쉽다. 저런 먹구름은 우리가 머무는 8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다(10월 중하순 몰타 여행을 하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몰타는 쉥겐조약(국경통과 간소화 조약) 가입국으로 비행기에 내려서 버스로 이동한 후 출입국 심사없이 우리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첫날 숙소는 공항 출입국장 반대편 쪽에 있는 할 키르코프(Hal Kirkop)에 위치해 있다. 다음날 아침 호주에서 큰 딸을 맞이해야 하므로 공항 인근으로 정했다. 도보로 20분 걸리는 거리다. 성 레오나르두스(Leonardus) 성당 바로 옆이다. 리투아니아 성당들은 대부분 붉은 벽돌로 지어졌는데 이곳은 모래색 석회석이다.  


하루만 묵을 숙소다. 석회석으로 지어진 호텔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호텔이 전자우편으로 호텔 출입을 할 수 있는 큐알코드를 보내왔다. 늦은 밤도 아닌데 설마 호텔 접수대에 종업원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 8시경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초인종도 없다. 어떻게 들어가지... 출입문 옆에 전자 기기 하나가 붙어 있다. 방법을 숙지하고 있던 아내는 전자편지에서 내려 받은 큐알코드를 찍는다. 그러자 전자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난다.       


이렇게 큐알코드로 호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도 접수대도 정말 없다. 방문 옆에도 큐알코드를 읽는 기기가 붙어 있다.   


깔끔하다. 그런데 방바닥이 낯설다. 리투아니아는 목재 바닥이 대부분인데 몰타는 타일이다. 여기가 더운 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인용 침대가 둘이다.


침대 너머 오른쪽에 옷장이 보인다. 다른 침대 옆에도 넉넉한 옷장이 있는데 저기 텔레비전 옆에 굳이 옷장이 또 필요할까...
 

문을 열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옷장으로 위장된 부엌이다!!! 간단하게 요기할 거리를 만들 수도 있겠다.


몰타의 전원 꽂개집(콘센트) 형태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미처 변환 꽂개집을 준비하지 못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동그란 구멍이 두 개가 있는데 여기는 네모난 구멍이 세 개가 있다. 


서로 다른 꽂개(플러그)다. 


다행이 약간 변형된 꽂개집 덕분에 걱정 없이 충전할 수 있다.


아주 작은 규모의 호텔이다. 방이 총 6개다. 우리 가족만 투숙한 듯하다. 어떻게 유지가 될까... 그런데 나중에 아침 식사하는 것을 보니 방이 모두 다 손님으로 채워져 있다.


준비된 아침 식사 양과 종류를 보니 참으로 소박하다.


빵을 구우려고 전원을 넣어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주인인지 직원인지 현지인 한 사람이 식당으로 와서 벽에 붙어 있는 꽂개집 왼쪽에 있는 개폐기(스위치)를 작동시켜 준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을 때 굳이 꽂개를 뽑을 필요가 없이 그저 전원 개폐기만 닫으면 된다. 


아침 식사 후 찍은 호텔 정면이다. 모래색 석회석 건물과 남색 나무 창문이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호텔 바로 옆 성당이다. 하나면 충분할 텐데 왜 벽시계가 두 개나 있을까? 옆에 있던 요가일래가 답을 준다. 이것이 바로 몰타 특징들 중 하나다. 두 개의 종탑 아래 각각 시계를 걸어 놓는다. 오른쪽 시계만이 정확한 시간을 주민들에게 표시한다. 틀린 시간을 표시하는 다른 시계는 악령을 혼동시켜서 미사를 방해하지 못하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와~~~ 고마워~~~   


모처럼 다 함께 모였으니 가족 사진 한 장을 남긴다.


다른 숙소 입실 시간이 오후 1시라 아침에 마실 구경에 나선다. 온통 누렇고 누렇다.


공사현장이다. 벽이나 바닥이 다 누런 흙으로 보이지만 다 밝은 모래색 석회석이다.


감자가 자라고 있다. 흙 반 돌 반이다.


올리브가 익어 가고 있다. 


"와, 아몬드다!" 
식구들은 믿지를 않았다. 요가일래는 열매 하나를 집으로 가져 와서 깨서 먹어 보더니 그제서야 식구들은 내 말을 믿게 되었다. 30여년 전 헝가리 유학 시절 현지인 포도밭에 내가 심어 놓은 아몬드 나무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무궁화속의 꽃인 부상화다.


장미꽃도 여전히 피어 있다.


동네 작은 공원이다. 깨끗한 무료 화장실이 신기하다. 채소와 과일도 자라고 있다. 


수박이다. 이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로 접어드는데 저 수박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이렇게 우리 가족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지중해 몰타에서 첫날을 보냈다. 가장 신기한 것은 최첨단 큐알코드 입실이다. 아침 식사를 도와주던 친절한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이 방법이 몰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나?"
"다른 호텔들이 사용하는 지는 모르겠다."
"어떤 좋은 점이 있나?"

"종업원을 두지 않아도 된다. 상주할 필요도 없다. 아침 준비와 청소 정리만 하면 자유롭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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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8. 4. 30. 17:16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에서 출국해 
에스토니아 탈린 공항에서 입국할 때까지 
해외여행의 필수인 여권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니 놀랍다.
얼마 전 신분증 없이 김포-제주 노선을 이용한 모 정당의 원내대표 일이 떠올랐다.

QR 코드(영어: QR code, Quick Response code)은 흑백 격자무늬 패턴으로 정보를 나타내는 매트릭스 형식의 이차원 바코드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QR 코드를 정보무늬로 다듬었다.


휴대폰 안에 들어있는 정보무늬(QR 코드) 하나만으로 이 모든 과정이 가능했다.
탑승 수속을 집에서 하고 탑승권을 따로 인쇄하지 않고 
정보무늬만 휴대폰에 넣었다.

기내 수하물 검사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직원이 들어가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여권을 보여주지 않고 
단말기에 직접 정보무늬만 인식시켰다.

수하물 검사대를 통과할 때 보통 여권과 탑승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 
이번에는 이 과정이 없었다. 곧 바로 탑승 대기 장소로 갔다. 

탑승 시간이 되자 정보무늬가 든 휴대폰과 여권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앞 사람들을 보니 여권 확인을 하지 않았다. 
일일이 여권 속 사진과 실물 사진을 꼼꼼히 확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탑승권만 확인했다.

정보무늬를 인식기에 직접 넣으니 통과해도 된다는 녹색불이 들어왔다.

이렇게 여권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흔한 제트 비행기가 아니라 프로펠러 비행기다.
소음과 진동을 특별히 느낄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내려본 리투아니아 빌뉴스 교외 모습이다. 초원, 숲, 호수, 구불구불한 강...



이 프로펠러 비행기 안에서 

3유로 주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유치환의 "깃발"을 에스페란토로 번역해보았다.



600여킬로미터를 50분에 걸려 도착한 탈린 공항이다. 탈린공항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로: 광고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탈린 공항 탑승구


휴대폰 안에 든 정보무늬 하나만으로 이렇게 두 나라를 이동했다.
물론 이 두 나라는 국경통과 간소화를 위한 쉥겐조약 가입국이다.

정말 번거럽지 않는 수속, 탑승, 입국의 세상을 오늘 아침에 맛보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