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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주하고 있는 리투아니아에도 한국대사관이 개설되었다. 그동안 대사관에서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관할 대사관이 있는 폴란드 대사관이 있는 바르샤바까지 가야 했다. 당일치기로는 불가능했다. 빌뉴스에서 바르샤바까는 왕복 1000킬로미터라 전날에 가서 자고 다음날 일보고 와야 하는 거리다.

가까운 대사관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어 라트비아 한국대사관이 있는 리가에서 투표를 하기도 했다. 리가는 빌뉴스에서 왕복 7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이제는 다 그럴 필요가 없게 되어 좋다.
리투아니아 대사관이 개설되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21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다. 교민수가 적어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첫날 아침 일찍 걸어서 대사관에 도착한다. 대사관 앞에서 헌법 1조를 응얼거려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문장이 내가 그동안 거리와 무관하게 주권행사를 하기 위해 '미친 애국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투표장에 간 이유이다. 주위에 투표권자가가 여러 있지만 내가 리투아니아 역사상 리투아니아 땅에서 투표라는 신성한 대한민국 주권행사를 한 사람 1호가 된다.

기표를 할 때 혹시나 내 표가 사표가 되지는 않을까봐 안경까지 벗고 해당칸에 기표도장이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올려놓는다. 용지가 눌려서 뚫어지지 않을 정도로 꾹 누른다. 인주가 퍼질까봐 입김을 분다.기표용지를 봉투에 넣고 하얀 붙이개(스티커)를 떼어내고 봉한다. 그리고 투표함에 넣으니 내 봉투가 힘있는 생물처럼 바닥에 툭 떨어진다. 서울까지 잘 가서 함께 어울려 주권의 꽃을 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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