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5. 4. 28. 05:50

일요일부터 에스토니아 출장 중이다. 집을 떠나온 후 책상컴퓨터는 딸아이 몫이다. 성능이 좋아 놀이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놀이만 하면 될 것인데 그만 책상에 있는 오래된 아빠 필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문자쪽지를 보냈다. 


아빠 이 필통 빌려줘도 돼?


20년쯤 된 이 필통을 보내더니 탐이 난 듯했다. 


이거 쓸 때 아빠 생각 난다.


월요일 처음으로 학교에 이 필통을 가져갔다. 그리고 딸아이는 출장 중인 아빠에게 페이스북으로 쪽지를 보냈다. 비록 철자가 틀린 쪽지이지만 아빠된 재미를 솔솔하게 느끼기엔 충분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11. 06:35

지난 토요일 드디어 아내가 3주간 해외연수로 아시아 인도로 떠났다. 공항으로 배웅할 시간이었다.

"엄마 배웅하러 공항에 함께 가자."
"아니, 그냥 집에 있을 게."
"그래. 알았다."

아내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생 딸에게 공항가기를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분명 눈물로 엄마를 보낼 것이므로 그냥 담담하게 서로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내가 없는 첫날은 평소대로였다. 일요일 침실에서 딸아이가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동안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혹시 피곤해서 일찍 자나라고 생각했다. 살짝 가보니 딸은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엄마 보고 싶어."
"어제 엄마 인도에 갔는데"
"나 한국 안 갈래. 엄마 보고 싶어."
"우리가 한국에 갈 때 엄마가 아직 인도에서 집에 오지 않아. 너 혼자 있을 수 있어?"
"아빠도 한국 가지 마."
"구입한 표는 어떻게 해?"
"다른 사람에게 팔아."
"조금 있으면 기분이 좀 좋아질 거야. 엄마 생각은 하지만 울지마. 아빠가 뭐 먹을 거 갔다줄까?"
"알았어."

평소에는 새벽까지 일을 하지만 이제 아내 대신 딸을 등교시켜야 하므로 일찍 자야 했다. 비교적 딸아이는 아내가 있을 때보다 더 자발적으로 학교갈 준비를 했다. 아침 식사를 마련하는 동안 딸아이는 가방을 챙겼다. 바깥 온도가 영상 5도로 추운 날씨였다. 모자까지 챙겼다. 이렇게 아내 없는 첫날 등교시키기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첫 수업이 끝난 시간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렇게 아침 일찍 누가 전화했을까...... 화면에 찍여있는 번호를 보니 딸아이 전화였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먼저 가슴이 쿵덩쿵덩 뛰었다.

"아빠, 나야. 학교로 와줘."
"무슨 일인데?"
"내가 볼펜이 없어."
"친구한테 빌리면 안되나?"
"안돼. 내 방에 가면 볼펜을 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와."
"필통 말이니?"
"그래 맞아. 필통! 내 방 책상 위에 있어."
"알었어. 아빠가 빨리 갈 게."

학교 생활 4년째 필통없이 학교에 간 날은 처음이었다. 딸의 필통을 챙겨 1km 떨어진 학교로 달려갔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수업 중이었다. 교실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었다.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건너편에서 딸아이가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자, 여기 필통."
"아빠, 고마워." 

필통에는 연필, 볼펜, 색연필 등이 있었다. 없으면 다섯 시간 수업 내내 불편했을 것이다. 전화에 불안했지만 이렇게 딸아이를 돕고 나니 흐뭇했다.

집으로 돌아와자 다음 휴식 시간에 딸아이가 문자쪽지를 보냈다. 
"Gomawo! :}" (고마워: 휴대전화에 한글 자판이 없어 이렇게 라틴글자로 쓴다.)
 


일전에 학교 수업 중 휴대폰으로 인해 생긴 아내의 불편한 심기(관련글: 선생님도 수업시간에 휴대폰 꺼놓아야 할 판)를 떠올리면서 "휴대폰이 참으로 유용하네"라고 되새겨보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