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모음2009. 10. 13. 06:27

최근 우리 집에는 난데 없이 벌 때문에 소란스럽다. 아파트 3층에 살고 있는 우리 집 발코니에는 문을 닫아놓아도 벌이 나타난다. 어느 빈틈으로 들어왔는 지 도무히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발코니에 있는 짐 모두를 일일히 들어내고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식구들은 벌을 비롯한 거미 등 벌레를 아주 무서워한다. 그래서 이 벌을 보는 즉시 "아빠" 혹은 "여보" 소리가 온 집안을 진동시킨다. 아내는 말벌이라면서 더욱 겁을 먹는다. 하지만 제철이 지나서 그런지 벌은 힘이 없다. 날개짓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벌을 발견하면 죽이지 않고, 창문을 열고 스스로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혼자 나갈 힘이 없는 벌은 젓가락으로 집어 밖으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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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바깥 날씨를 피해 침실로 들어온 벌. 하지만 닫힌 문인데 어디로 들어왔는 지가 오리무중.

어젯밤 발코니에서 물건을 찾던 딸아이가 벌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아빠, 벌을 빨리 내보내!"
"지금 밤이고, 더군다나 밖에 비가 내리잖아. 오늘은 여기서 쉬라하고 내일 아침에 내보낼께."
그렇게 했다.

벌이 나온 김에 벌 이야기를 하나 더 하고자 한다. 리투아니아어 단어 '비츌리스'는 '아주 친한 친구'을 뜻한다. 한국말의 '소꼽친구', '불알친구'에 해당된다. '비츌리스'는 꿀벌을 뜻하는 '비테'에서 나왔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에서 꿀벌은 우정을 상징한다. 하지만 꿀벌 사회엔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닌 듯하다.

여름철이 지나고 겨울철이 다가오면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암벌(일벌)들이 모아오는 꿀로 살아가던 숫벌들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암벌들은 먹이를 얻어 먹지 못해 비실거리는 숫벌들을 매몰차게 벌통 밖으로 쫓아내버린다. (아래 영상을 참조하세요)


암벌들이 합심해 덩치가 더 큰 숫벌을 내몰아내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가슴이 섬뜩했다. 아무리 용도폐기된 숫벌이라고 하지만 쫓아내는 암벌들이 살짝 얄밉기도 하다. 한편 어떤 면에서는 남자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아 숫벌이 남처럼 보이지 않는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