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11. 13. 08:49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일반학교 수업을 마치고 음악학교를 다닌다. 일반학교에서는 4교시인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매일 5교시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이 일반학교 수업을 마치고 곧장 특별학교인 음악학교로 간다.

음악학교에서 독창, 합장, 솔페지어, 피아노를 배운다. 음악학교에서 전공은 노래이다. 마르티나 언니처럼 피아노 전공으로 권하고 싶었지만, 요가일래에게 부담을 덜 줄 것 같은 노래를 선택했다. 전공이 노래이지만 의무적으로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

2학년이 되자 노래 선생님이 지난 해보다 강도 높게 가르치고 있어 요가일래가 힘들어한다. 이유는 내년 봄에 열리는 어린이 전국노래경연 참가 때문이다. 학교선발, 지역선발, 예선, 본선으로 이어지는 쟁쟁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제자들이 이런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교사 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열의가 대단해질 수 밖에 없다. 때론 이런 열의가 학생들에게 육체적 심리적 부담을 가져다 준다. 그렇다고 부담없이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기도 멋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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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5일 만 8살이 된 요가일래

요가일래는 엄마가 음악을 전공했으니, 집에서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도움주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힘들다고 싫다고 하는 딸아이에게 윽박지르면서 가르치는 것은 한 두 번은 되지만, 늘상 그렇게 가르칠 수 없다. 한 동안은 소극적이더니 최근 들어와서 집에서 열심히 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 태도가 변한 이유는 간단했다. 엄마와 딸아이의 대화다.

"너가 본선에 나가면 TV에 나갈 수 있어."
"난 벌써 여러 번 한국 TV에 나갔어. 그리고 아빠 블로그로 벌써 유명해졌어. 더 이상 필요없어."
"거긴 한국이고, 여긴 리투아니아잖아."
"맞네."
"하지만 너가 리투아니아 TV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
"(한 참 생각하더니) 내가 유명해지고, 학급 아이들이 다 나를 좋아하고, 모두 나와 친구하고 싶어할 거야."
"그럼, 노래 연습을 열심히 해야 되나? 안해야 되나?"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동기부여는 의외로 쉽게 되었다. 당분간 요가일래가 유명해지려는 이유는 학급 아이들 모두가 자기와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루 반나절을 보내는 학교 교실에서 모두와 친구가 되어 즐겁게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교 다니는 재미가 솔찬하다.

요가일래의 이유를 들으면서 왜 사람들은 유명이나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만 쉽게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어떤 특출한 면이 없더라도 사람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쉽게 사람의 친구가 될 수는 없을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