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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바로 길 건너편에 2007년 여름에만 해도 목조가옥 한 채가 있었다. 1900년대초에 지어진 집이다. 오랫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볼썽사나웠다. 이 집을 볼 때마다 누군가 언젠가 헐고 번듯한 건물을 세울 것 같았다.
예상대로 1년도 채되지 않은 2008년 연초부터 건설장비가 동원되고 요란하게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리투아니아를 강타하자 그렇게 요란하던 건설현장이 심산의 절간처럼 조용해졌다.
그 동안 높이 솟구친 크레인은 도심 어느 곳에서나 우리 집 아파트를 가르키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1년 동안 아무런 쓸모 없이 공중에서 잠자고 있던 크레인이 어제 아침 흔적 없이 사라졌다. 건설은 이제 겨우 기초공사를 해놓은 상태인데 말이다.
건물을 올리는 데 필수적인 크레인이 뜯긴다는 것은 조만간 공사재개 가능성이 희박함을 뜻하는 것 같다. 크레인 철수 광경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경제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현실에 아침부터 마음이 우울해졌다. 뜯겨서 실려나가는 크레인이 마치 경제활성화을 무덤으로 데려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크레인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저 대형 추가 다시 힘차게 위로 솟구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빌어본다.
* 최근글: 유럽 동호인 모임에 가져간 녹색 한국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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