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4.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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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아내는 4월 10일(토)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공연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냥 노래하는 것이니 부담없이 평소 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부랴부랴 일어났다. 그래도 기념이니 촬영하러 같이 가자고 아내와 딸이 제안했다. 무거운 삼각대를 가져가려고 했으나 아내가 제지했다.

단순한 노래공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심사위원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리투아니아 음악계에 알려진 사람들 세 사람이 심사위원이었다.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작고한 리투아니아 유명 성악가인 비루테 알모나이티테(Birute Almonaityte) 이름으로 개최하는 어린이 및 청소년 가요제였다.

음악학교 노래지도 선생님들 사이에는 권위있는 가요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기 제자가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선생님들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요가일래는 4-10세까지 어린이 부문에 참가했다. 빌뉴스에 소재한 여러 음악학교 대표로 12명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두 번째로 노래했다. 요가일래가 노래를 마치자 심사위원들이 웅성거리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어린이들의 노래솜씨도 대단했다.

모든 참가자의 노래가 끝나자 잠시 휴식 후 수상자 발표가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때서야 단순한 노래공연이 아니라 노래경연임을 알게 되었다.

         ▲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주최한 가요제에서 노래하는 요가일래 (2010년 4월 10일, 빌뉴스)  

여러 날부터 요가일래는 피자타령을 했지만 아내의 절약정책 고수에 빈번히 좌절되었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엄마가 요가일래에게 한 마디 했다.

"오늘 너가 상을 타면 피자를 사줄게."
"고마워. 그런데 상을 타면 엄마가 피자를 사고, 상을 안 타면 내 용돈에서 피자를 사도 돼?"
"물론이지."


엄마와 딸 사이에 앉아있던 아빠가 거들었다.
"요가일래, 너, 오늘 상 타도 피자 먹고, 상 안 타도 피자 먹게 되네. 정말 행복한 날이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에 우리 가족은 이렇게 곧 먹을 피자 생각으로 그 긴장감을 해소했다.

12명 중 수상자는 세 사람이었다. 가장 어린 참가자(5세)에게 주는 상 수상자의 호명이 있었다. 요가일래는 8세이니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어서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 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10세 남자아이가 상을 탔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수상자는 한 사람이었다.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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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을 받는 장면 (왼쪽);                                      ▲ 노래지도 선생님과 함께 (오른쪽)  

예상하지 못했지만 요가일래였다. 노래지도 선생님이 요가일래 볼에 입맞춤함으로써 축하인증샷을 남겼다. 부모보다도 선생님이 요가일래에게 노래를 지도하는 데 더 열성이라 무척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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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