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2008. 6. 5. 04:18

일전에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세계 언론인 대회”에서 매일 대회신문을 만드느라 여러 나라에서 온 몇 해만에 만나는 정겨운 옛 친구들과 대화할 시간을 갖지 못해 아쉬웠다. 마침 대회 마지막일 저녁 국회의장 만찬이 일찍 끝나 집으로 초대해 밤늦게까지 술잔을 부딪쳤다.

탁자에 둘러보니 모두 8개 민족 즉 폴란드, 스위스, 체코, 핀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한국과 리투아니아 사람이 앉아있었다. 이날 8개 민족이 아무런 언어장벽 없이 대화를 즐겼다. 자신의 지난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고 참석하지 못한 다른 친구들의 근황을 묻기도 했다.

이렇게 모국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이날 모여 어느 특정 민족어가 아닌 중립적인 언어로 심리적 부담감 없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바로 이 언어가 에스페란토이다. 에스페란토는 자멘호프(1859-1917)가 1887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발표한 세계 공통어를 지향하는 국제어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언어’다.

자멘호프가 태어난 옛 리투아니아 대공국령인 지금의 폴란드 비얄리스토크는 당시 여러 민족들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고, 민족간 불화와 갈등이 빈번했다. 자멘호프가 모든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중립적인 공통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유럽 여러 언어들의 공통점과 장점을 활용해 규칙적인 문법과 쉬운 어휘를 기초로 에스페란토를 창안한 이유다.

“지금 처음으로 수천 년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여기 프랑스의 작은 해변도시에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 다른 민족인 우리는 낯선 사람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기 언어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형제로 모였다. 오늘 영국인과 프랑스인, 폴란드인과 러시아인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 1905년 프랑스 북부 볼로뉴에서 열린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에서 행한 자멘호프의 연설은 한 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영어몰입교육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힘들겠지만, 혹시 한번 에스페란토를 배워보고자 하는 분은 한국에스페란토협회(02-717-6974)나 에스페란토문화원(02-777-5881; 010-3340-5936)에 문의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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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부터: 페트르 (체코), 아네트 (스위스), 칼레 (핀란드), 로만 (폴란드)
아래 왼쪽부터: 룹쵸 (불가리아), 이쉬트반 (헝가리), 비다 (리투아니아), 정상섭 (한국)

* 이 글은 주간지 "시사in" [42호] 2008년 07월 01일 게재됨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6

* 스스로 쌓은 6살 요가일래의 영어 내공 어때요?

http://www.kniivila.net/2008/lingvoj-prestighaj-kaj-malprestighaj/ 
(핀란드 친구가 쓴 글: 에스페란토)

* 관련글: 통역 없는 세상 꿈 이루는 에스페란토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