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9. 29. 07:26

여름 방학을 마칠 무렵 어느 날 딸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빽빽히 그려? 눈이 안 아파?"
"아니. 나 이 종이 가득 채울 거야."

하염 없이 작은 원을 그리면서 여백을 채워가고 있었다. 지루하고 집중력 저하로 나 같으면 큼직한 그 원 서너개를 그리고 빨리 끝냈을 법하다.

이렇게 며칠 동안 딸아이는 틈틈히 집중해서 그림을 그려나갔다. 방학을 다 마친 8월 31일 딸아이는 여백을 반 정도 채우고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다 채운다고 하더니......"
"이게 다 그린 거야."

그림을 그리고 난 다음 항상 날짜와 이름을 기재하도록 딸아이에게 부탁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했을까하고 그림의 뒷장으로 넘겨보았다. 딸아이의 재치있는 마무리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림을 다 끝낼 수 있었지만 게으름을 피웠다. 이 그림을 "반(半)기포"라 이름지었다.
2011년 8월 20일 - 2011년 8월 31일.


이렇게 딸아이는 11일 동안 그린 그림을 "반"(半)을 사용하면서 완성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