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9.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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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벌써 추석명절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평상과 같은 생활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추석선물을 모른다. 요즘따라 딸아이가 학급의 남자친구들 이야기를 부쩍 많이 한다. 자라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다. 어제 월요일 엄마가 해주는 아침식사 빵을 먹으면서 남자친구들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른쪽: 초등학교 3학년생 요가일래)

"너 또 남자친구들 이야기니?"
"아빠도 (여자친구인) 엄마를 가지고 있잖아!"
"어떻게 아빠하고 동급으로 놀려고 하니? 아빠는 나이가 많잖아. 너는 아직 어리니까 남자친구들보다 공부에 좀 더 신경을 써라!"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를 점심 후 음악학교로 데러다 주는 길에 딸아이는 이날따라 말이 참 많았다.

"오늘 학교에서 줄넘기를 했다. 아빠는 어렸을 때 줄넘기를 잘했어?"
"잘했지. 쉬지 않고 500번도 뛰었지."
"그 줄넘기 줄 아직도 있어?"
"너무 오래 되어서 없어."
"아빠 어렸을 때 구슬치기를 했어."
"했지."
"그러면 그 구슬 아직도 있어?"
"없어."
"그러면 버렸어?"
"오래 되어서 기억인 안 난다."
"아빠, 난 구슬을 버리지 않고 잘 간직했다고 내가 결혼해서 내 아이에게 구슬을 줄 거야."
"거, 좋은 생각이다. 아빠가 놀던 구슬을 너에게 줄 수 없어 미안해."
"괜찮아."

언니가 타던 10년 된 자전거를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타는 것을 보니 지금 놀던 구슬을 자식에게도 전해줄 것만 같다. 이날 대화의 절정은 바로 음악학교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아빠 내 생일에 A 친구를 초대 안할 거야."
"그 친구는 나쁜 말도 하고 고자질도 잘 해. 그래서 나도 복수할 거야."
"그렇게 하면 안 돼. 마음이 착해야지."
"아니. (친구와) 마음이 똑 같아야 돼."
"친구가 너에게 나쁜 말을 했다고 너도 나쁜 말을 하면 안 돼!"
"그러면 왜 아빠는 자주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에게 나쁘게 하면 아빠가 혼내준다고 말했하잖아."
 
순간적으로 부끄러웠다. 이것은 딸에게 아빠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음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딸아이는 이 말에서 아빠도 혼를 내주겠다는 복수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나 자신도 복수심을 품고 있으면서 어떻게 딸에게 복수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것이 우스워보이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