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0. 8. 06:54

9월초 "시력저하로 벌 받고 있은 딸아이의 변화"라는 글에서 초등3 딸아이가 시력저하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날부터 딸아이는 하루에 TV나 컴퓨터를 한 시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딸아이가 이 제한조치를 얼마나 잘 지킬지 궁금했다. 어제 저녁 우리 집 네 식구가 모두 함께 영화를 보고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 우리가 영화를 보려가니까 빨리 숙제를 마치고 컴퓨터를 한 시간 동안 사용해."
"아빠, 오늘은 컴퓨터는 안 돼."
"왜?"
"컴퓨터 대신 영화를 보잖아. 나 안경 쓰는 것 싫어."

이렇게까지 철저히 지키고자 하는 딸에게 동정심을 가진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딸아이는 제한조치를 아주 잘 준수하고 있다. 예전에 컴퓨터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았던 시간을 지금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 쏟고 있다.

엊그께는 놀이용 찰흙으로 송편을 만들면서 한참 동안 놀았다. 송편을 다 만든 후에 아빠 블로그 독자들에게 소개하라면서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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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송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번 맞춰봐!"
"글쎄. 무엇이 들어있을까......"
"아빠는 정말 모를거야. 그럼 내가 열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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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안에는 내용물 대신 쪽지가 접해 있었다. 이것을 펼치자 "감사합니다" 문구가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잘 생각했네. 이 송편을 감사합니다표 송편이라고 부르자."
"아빠, 이젠 나비표 송편을 만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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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알록달록 나비표 송편이 탄생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없이는 아주 지겨워할 것 같았는데 딸아이는 나름대로 새로운 놀이꺼리를 찾아서 잘 놀고 있어 다행이다. 이런 결과로 딸아이의 시력(현재 0.9와 0.8)이 1년 전대로 회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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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