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11. 28. 06:42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3주 동안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 가기 전 딸아이는 한국 음식을 먹을 기대에 부풀러 있었다. 
"한국에 가면 뭘 먹고싶어?"
"삼겹살, 불고기, 미역국, 김밥, 김치밥, 소면, 라면, 밤, 대추, 배......"
"그래도 모르니 리투아니아 음식 조금 가져가자. 뭘 가져갈까?"
"훈제 소시지 가져가자."  

첫날 지인의 초대를 받아 삼계탕을 먹었다. 부드러운 닭고기를 소금에 찍어 몇 점 먹어보더니 딸아이는 더 이상 먹지를 않았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것을 더 이상 안 먹다니...."
"아빠, 난 김치밥이면충분해." (여기서 김치밥이란 김치를 밥에 발린 음식을 말한다.) 


3년만에 방문하지만 딸아이가 이제 컸으니 한국 음식을 더 잘 먹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어긋났다. 고기와 과일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음식 맛보기에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아빠, 훈제 소시지 좀 구해줘!"
"한국에서 파는 빵도 네 입에 안맞다고 안먹는데 어떻게 훈제 소시지를 네가 좋아할 수 있겠니?"
"그러면 리투아니아 있는 엄마한테 부탁해 보내달라고 하면 되잖아."
"소시지가 도착할 때면 우린 벌써 리투아니아 집에 있을 거야."

한국 도착 후 첫날은 아직 남은 리투아니아 훈제 소시지가 영양 보충을 잘 해주었다.

"아빠, 훈제 소시지가 최고로 맛있다!"
"짠내나는 훈제 소시지가 그렇게 맛있어?"
"당연하지. 아빠가 냄새나는 김치를 좋아하듯이 난 훈제 소시지를 제일 좋아해." 


빌뉴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헬싱키 공항에서 딸아이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공항에 나올 때 훈제 소시지 꼭 가져와!"
"훈제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놓았어. 훈제 소시지는 내일 먹어."
"안돼. 내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이 훈제 소시지란 말이야!"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