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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초등학교 딸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 준비를 도와주는 날이다.
"아빠, 나 오늘 집에 늦게 올 거야."
"왜?"
"친구들하고 같이 시내로 놀러 가기로 했어."
학년이 높아갈 수록 특히 6학년생이 된 후부터는 집에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예전에는 학교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20분 안에 꼬박꼬박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딸아이에게 보내는 쪽지의 대부분 내용이 아래와 같다. 빨리 집에 와야지......
금요일이라 친구들과 시내 중심가로 가서 감자튀김과 햄버거도 사먹고 놀다가 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먼저 집에 와서 책가방을 놓고 가. 무겁잖아."
"아니야, 오늘은 내가 가방을 가볍게 했어. 한번 들어봐."
"그래도 집에 놓고 놀러 가."
"아니야. 친구들도 다 책가방을 가지고 가."
"우리 집 옆을 지나가야 시내 중심가로 갈 수 있잖아."
"책가방 안에 지갑도 있어."
"책가방 안에 지갑을 넣어두면 위험하잖아."
"아빠, 내 친구들 도둑이 아니야."
이 말에 "그럼, 알았다. 너 편한 대로 해."라고 대화를 끝냈다.
30-40여년 전 학교 다닐 때 종종 누군가 책가방 속에 넣어둔 물건을 잊어버려 훔친 이가 나올 때까지 학급 전체가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벌을 선 적이 떠올랐다.
딸아이의 믿음대로 요즈음 그런 일들이 일어나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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