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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사실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직접 본 포도밭과는 전혀 다르게 생겼다. 포도밭이 포도밭다워야 하는 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정말 희귀했다. 지구가 아니라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엔 필히 어떤 까닭이 있고, 이런 포도밭을 일궈낸 주민들의 지혜가 숨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기에 서론이 이처럼 거창할까... ㅎㅎㅎ
포도나무가 웅덩이 속에 숨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웅덩이에서 나오지 못하게 화산암으로 돌벽을 만들어 놓은 듯했다. 저지대뿐만 아니라 가파른 경사에도 계단식으로 포도밭이 거대한 장관으로 눈 앞에 펼쳐졌다.
1730년에서 1736년까지 화산 분출로 인해 화산재가 이 지역의 비옥한 농토를 뒤덮었다. 시간이 지난 사람들은 이 재앙이 안겨준 혜택을 알게 되었다. 바로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재였다.
18세기-19세기 이들은 화산재 층을 파내어 웅덩이를 만들어 그 밑에 포도나무 등을 재배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여줄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지역의 포도밭 웅덩이는 지름이 약 5-8미터, 깊이가 2-3미터이다. 한 웅덩이에 보통 포도나무 2그루가 심어져 있다.
란사로데는 1년에 비가 오는 날이 고작 18일이다. 건조해서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다. 농업에 절대로 필요한 것이 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물을 해결할까?
이 점에서 화산재의 기능이 돋보인다. 구멍이 많은 입자로 되어 있는 화산재는 빗물과 이슬을 신속하게 밑으로 통과시키고, 뜨거운 햇빛이 비치는 낮에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
그런데 왜 돌벽을 세웠을까?
란사로테는 무역풍이 상존한다. 반달 모양인 반원 돌벽은 특히 꽃봉우리를 맺은 포도나무를 강풍으로부터 보호해준다.
포도나무 주종은 말바시아(Malvasia)와 무스카텔(Muscatel)이다. 포도수확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시기인 7월말이다. 수확은 모두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한다. 수확량은 헥타르당 1,500kg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낮지만, 1그루당 25kg 포도가 생산된다. 19세기말부터 시작된 게리아 포도농원들은 연 포도주 30만병을 생산하고 있다.
이 특이한 포도밭을 비롯해 란사로테 섬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극한 자연환경 속에서 체념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날 스위트 포도주를 시음해보니 꿀을 많이 부운 듯이 무진장 달았다. 당도가 최고라는 안내자의 말이 떠올랐다. 이 대신에 세미스위트 한 병을 샀다. 호텔로 돌아와 대추야자수 옆에서 저녁노을을 즐기면서 가족과 함께 마시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7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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