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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순 한국을 2주 동안 방문하기 전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했다.
예전 같았으면 쉽게 응했을 것인데
이제는 "학업" 등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내신 성적이
대학교 입학에 반영되어 학교 생활이 중요한 시기다.
리투아니아는 자녀들의 학교 생활과 시험 성적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학부모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적이 안 좋아 부모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서
성적표를 찢거나 태운 후 잃어 버렸다고 하는
고전적인 거짓말을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돌아온 후 어느 저녁 시간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아빠가 뭐 하나 물어도 돼?"
"그렇지."
"요즘 학교 공부하기가 좀 어렵지?"
"정말 어려워서 힘들어."
"이제 2년만 고생하면 되겠다."
"아빠가 진짜 뭘 물어보려고 하는 지 내가 다 안다.
내가 공부 잘하고 있는 지를 물어보려고 했지?"
"그래."
"공부가 어렵지만 내가 잘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잘하려고 하니까 아빠는 그냥 나를 믿어줘."
"알았다."
일반 학교 수업에다
미술 학교 수업에다
모델 아르바이트에다가
거의 쉴 틈이 없는 딸아이가 안쓰럽다.
그래서 공부에 대한 참견으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딸아이의 학교 생활과 시험 성적을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아내가 종종 들어가 학업 성적을 조회해 본다.
여러 해 전까지만 해도 과목별로 그리고 전과목 합계로
학급에서 자녀의 성적 순위가 몇 번째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유료다.
지난 목요일 저녁 아내가 조용히 물었다.
"블랙 프라데이 할인으로 딸아이 성적 순위를 조회할 수 있는데 우리 해볼까?"
"우리는 성적 순위 조회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딸아이 성적만 알면 되지
누구와 비교해서 나온 결과인
반에서 몇 등이다는 굳이 알 필요가 없겠다.
딸아이에게 꼭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
너와 나를 경계 짓는 상대심
그리고 우쭐함이나 의기소침의 우열심을 부추기고 싶지는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의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에서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참고로 성적 순위 등을 볼 수 있는
학업 결과 분석 조회는 1년 비용이 12유로다.
블랙 프라데이 할인으로 9.99유로다.
이런 것까지 블랙 프라데이 할인을 하다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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