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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인 친구 라덱(Radek)의 초대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최근 함께 다녀왔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를 가면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양고기 꼬치구이인 샤슬릭이다.
양고기 음식이라면 30여년 전 불가리아 산악지대에서 먹어 본 양고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때 양고기에서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나서 거의 먹지 못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몇 해 후 스페인 발렌시아 근교 시골에서 먹어 본 양고기는 참으로 맛있었다.
우리를 만나자마자 라덱의 사촌 갈리나(Galina) 부부는 우리를 위해 양 한 마리를 잡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다. 살생을 싫어해 말리고 싶었지만 25여년만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사촌 라덱과 처음 온 나를 위해 양 한 마리를 잡아 특별히 대접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싫은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우기 양 한 마리면 적은 돈이 아닐텐데 말이다.
갈리나 부부는 양고기를 주로 먹는 카자흐스탄 출신이다. 상점에서 양고기를 살 수 있지만 고기의 품질과 신선도를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직접 양을 잡아 주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모스크바에 양고기를 즐겨 먹는 이슬람교도인 무슬림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살아있는 양을 잡아서 파는 곳이 있다고 했다.
가 보니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이런 곳에 양을 잡아 주는 곳이 있다니 참으로 의아하다. 공터 뒤에 양 축사가 있다.
양철판으로 가려져 있는 곳에서 양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암컷 고기가 냄새가 덜난다고 한다. 냄새를 덜나게 하기 위해 어린 수컷을 거세하기도 한단다.
양을 잡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라고 했지만 마당에 혼자 남아서 주변을 살펴 보았다. 건물 한 귀퉁이에 까마중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까만 열매를 따먹던 어릴 적 한국 시골의 여름이 떠오른다.
타지키스탄에서 온 아버지와 아들이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양 한 마리를 잡아 사온 고기는 14킬로그램이다. 삶아서 먹을 부위, 숯불에 구워서 먹을 갈비, 꼬치구이를 해먹을 부위로 분리한다. 잡은 양 한 마리 고기 14킬로그램은 한국돈으로 약 15만원이다.
각자 맡은 일을 한다. 숯불을 피우고, 양파를 썰고, 감자를 깎고, 식탁을 차리고...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양고기를 요리하는 지를 유심히 살펴 본다.
아무런 첨가물 없이 양고기와 물을 숯불에 푹 끊인다.
둥둥 떠다니는 양고기 기름을 걷어 내서 썰은 양파 위로 붓는다. 어디에다가 이 기름 양파를 사용할까 궁금하다.
기름을 걷어 낸 후 통감자를 넣는다.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를 떼어 낸다.
남아 있는 양고기 육수에 아주 얇고 네모난 파스타를 넣고 끓인다.
우리 일행을 초대해 푸짐하게 접대해준 갈리나 부부다. 이날 양고기 요리는 남편이 다 했다. 그는 잡아 온 양고기를 먹기 편하도록 자르기 위해 칼 여섯 자루를 날카롭게 갈았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기 전까지 쏟은 정성이 대단하다.
기름 양파의 용도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파스타를 한겹 한겹 쌓으면서 그 사이에 기름 양파를 넣는다.
완성된 파스타 요리다. 수제비 맛이다.
양고기와 함께 육수에 삶은 텃밭 감자는 분이 많고 참 맛있다.
일가 친척들이 둘러 앉아 삶은 양고기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한 접시 가득 담은 삶은 양고기 점심
후추만 뿌린 양고기 육수다. 고기 한 점 먹고 육수 한 모금 마시고... 오래 기억에 남을 삶은 양고기 점심이다.
보드카 반주가 없을 리 없다. 주량에 따라 술잔 속 보드카 양의 높이가 도레미다.
벌써 늦은 저녁을 먹어야 할 때다. 이제 숯불에 구운 양고기 즉 샤슬릭을 먹을 차례다. 먼저 숯불에 피망, 토마토, 가지를 굽는다. 그냥 먹어도 될텐데 왜 구을까?
바로 이렇게 구운 채소로 양고기를 찍어 먹을 양념을 만들기 위해서다.
피망, 토마토, 가지로 만든 양념에 찍어 고수와 함께 양갈비를 먹는다.
갈비만으로도 배가 태산만큼 불렀는데도 텃밭 숯불 위에는 양꼬치 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와서 양고기를 난생 처음 이렇게 푸짐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다차에서 양고기 요리로 가족애를 다지는 러시아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양 한 마리를 통채로 잡아 환대한 이들 부부가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오면 무슨 음식으로 대접할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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