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그리스2021. 9. 16. 14:50

그리스 로도스의 거상이 있던 곳에서 일출 광경을 조망[관련글은 여기로]한 후 발걸음을 구시가지로 향한다. 로도스 구시가지는 에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이 점령(1309-1523)해 요새화한 곳이다. 유럽 중세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어울려 있다. 먼저 이른 아침 구시가지 산책을 하면서 촬영한 4K 영상(삼성 갤럭시 7)으로 로도스 구시가지 모습을 소개한다. 
 
일출 직후 동쪽에서 막 떠오르는 태양의 부드러운 햇살이 부딛히는 석벽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이 나 홀로 산책에 축복감과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간간이 청소차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하고 적막하다. 자유의 성문에서 발가는 대로 이 거리 저 거리를 둘러보고 앙부아즈 성문으로 나온다. 그때서야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눈에 띈다. 
 
 
로도스 구시가지는 넓은 해자와 높은 성벽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만드라키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구시가지 성문은 자유의 성문(Liberty Gate)이다. 차도와 인도로 되어 있다.
 

구시가지는 1988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슬람 세력에 밀려나서 이곳에 자리잡은 성 요한 기사단은 엄청난 규모로 한동안 난공불락의 도시를 구축했다. 성당, 수도원, 병원, 성채, 성벽, 해자 등을 비롯한 이슬람 모스크 등의 건물들이 좁은 골목길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석벽이 풍화되고 있는 것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내판도 낡아가고 있다.   

 

자유의 성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조그마한 광장이 나온다. 유대인 순교자 광장이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로도스 유대인 1604명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이중 살아남은 유대인은 15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건물의 발코니는 사진찍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을 나중에 본 아내는 어떻게 발코니에 올라갔는지 몹시 궁금해 한다. 믿거나 말거나 공중부양술으로 올라갔다고 답한다. ㅎㅎㅎ

  

구시가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조약돌 바닥이다. 조약돌이 아주 촘촘히 박혀 있다. 주로 벽돌이나 큼직한 돌로 축조된 북유럽 구시가지 거리에서는 좀처럼 이런 조약돌 바닥 거리를 만나기 어렵다. 발바닥이 욱신거린다. 발바닥 안마에는 최고다.

  

구시가지에서 가장 관광객들이 범람하는 거리인 기사단의 거리(Street of the Knights, Odos Ippoton)다. 기사단 병원(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에서 기사단장 궁전(Palace of the Grand Master of the Knights)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이탈리아-터키 전쟁(1911-1912)에서 승리한 이탈리아가 오스만 제국의 잔재를 제거하고 1930년대 고딕 양식으로 복원을 한 것이다. 사이에 풀 한 포기 없는 길쭉한 석조 고딕 건축물을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남유럽의 중세 시대에 시간여행을 진짜 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 기사단의 거리 또한 사진찍기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줄을 서야 하고 서로 양보와 이해를 해야 한다.

 

구시가지 내 선물가게나 상점이 많이 있는 소크라테스 거리 쪽으로 가려면 기사단의 거리로 방향을 틀지 말고 곧장 앞으로 쭉 가면 된다.

 

8월 하순 로도스 구시가지는 한마디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가 완전히 지나간 듯하다. 단체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뭉쳐서 안내사와 함께 둘러보고 있다.

 

다른 날 늦은 오후에 구시가지 산책을 또 한다. 이번에는 앙부아즈 성문으로 들어가 자유의 성문으로 나온다. 먼저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촬영한 영상으로 구시가지 모습을 소개한다.  
 
 

 

로도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성문은 모두 11개다. 그중에 가장 웅장하고 멋진 성문은 앙부아즈 성문이다. 요새를 둘러싸고 있는 폭넓은 해자 위에 세워진 돌다리를 건너야 닿을 수 있다. 이 성문은 1512년 기사단장 앙부아즈에 의해 건설되었다. 

 

도시를 더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해 성문 양쪽으로 세운 둥근 탑이 인상적이다. 문 석벽 위 하얀 대리석에는 기사단장 앙부아즈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앙부아즈 성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도시가 곧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과한 후에도 세 개의 성문을 더 지나야 비로소 도시 내부 접근이 가능하다. 두 번째 성문의 목재가 세월 흐름을 잘 말해주고 있다. 밑은 썩어서 일부 사라졌다. 문 너머 보이는 건물이 기사단장 궁전이다.  

 

사암 성벽이 풍화되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조개 등 어패류와 작은 돌이 뒤섞여 있다.

 

로도스 구시가지의 핵심은 성 요한 기사단장 궁전이다. 원래 이곳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 신전 기초에 세워진 비잔틴 양식의 요새가 있었다. 성 요한 기사단이 이 요새를 개조해 기사단장 궁전으로 그리고 16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이 요새로 사용했다.

 

전쟁과 지진 등으로 심하게 손상되었으나 이탈리아가 이곳을 점령할 때 복원해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별장으로 활용했다. 1948년 그리스로 양도되었고 그리스는 이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두 가지가 놀랍다. 먼저 박물관 개장 시간이 상당히 이르고 늦다는 것이다. 아침 8시에 열고 저녁 8시에 닫는다. 발트 3국 박물관들은 보통 10시에 개장한다. 다른 하나는 대학생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 회원국 대학생들에게도 해당된다.

 

궁전 성인 입장료가 6유로다. 10유로짜리 복합입장권을 구입하면 네 군데를 다 방문할 수 있다. 네 군데는 기사단장 궁전, 고고학 박물관, 성(城) 성모 성당, 장식 예술 박물관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복합입장권을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표를 구입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직사각형의 넓은 마당이 나온다. 이 마당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전시실이 나온다. 순서대로 보고 밖으로 나와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입구 쪽에서 오른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윗층 전시실을 둘러볼 수 있다.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대 그리스 토기 유물들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다니...

 

목재 바닥이 주를 이루는 북유럽 발트 3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자이크 바닥이다. 방수 시멘트와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다.   

 

방마다 이런 모자이크로 바닥이 장식되어 있다.

 

복원하기 전 폐허가 되어 있는 궁전의 모습이다.

 

궁전을 둘러보면서 창문을 통해 밖의 구시가지를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중세 시계탑과 모스크 첨탑이 보인다. 시간 속 기사단과 오스만의 공존을 말해주는 듯하다.

 

 

성 요한 기사단의 병원이었던 자리에 현재 고고학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1440년에 짓기 시작해 1489년에 완공된 대병원이었다. 이때 조선은 세종, 문종, 단종이 통치하던 시대다.  

 

2층 방마다 로도스와 인근 섬에서 발견된 고대와 중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1세기에 조각된 웅크려 씻고 있는 아프로디테(비너스) 상이다.

 

구시가지 성벽은 비잔틴 제국 시대의 방어벽 위에 세워졌다. 성 요한 기사단에 의해 보수되고 증축 추가되었다. 총 4킬로미터에 이른다. 군데군데 옹성과 방어탑을 구경하면서 성벽 해자를 따라 쭉 산책해본다. 

 

난공불락의 이 성벽도 결국엔 16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 의해 무너졌다. 성벽 해자 산책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렇게 2박 3일 체류하는 동안 로도스 구시가지를 세 번이나 둘러보았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