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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은 가톨릭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리투아니아에서 ‘모든 성인의 날’이라 불리는 국가 공휴일이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이날과 2일을 구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벨리네스’라 부른다. ‘벨레’는 영혼, ‘벨리네스’는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날’을 뜻한다. 죽은 사람 영혼을 추모하는 이 풍습은 고대로부터 내려왔는데, 죽은 이들의 영혼이 특정 시점에 사후 세계를 떠나 가족을 방문하러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한 해의 수확을 마친 뒤부터 시작해 10월 한 달 내내, 그리고 11월 첫 주에 절정에 이른다. ‘벨리네스’ 풍습은 14세기 말 기독교가 전래된 뒤 기독교적 의미가 추가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을 기해 리투아니아인들은 고향을 찾아 가족과 함께 조상뿐만 아니라 친척, 친구 그리고 유명 인사 무덤을 방문한다. 우리의 추석 성묘를 연상케 한다. 우리가 ‘벌초’를 하는 것처럼, 무덤 화단에 흩어진 낙엽을 줍고 시든 화초를 뽑고 새것을 심는다. 대개 꽃이 활짝 핀 국화를 심는데, 이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에겐 국화꽃을 선물하지 않는다. 또 무덤에 바칠 꽃송이는 반드시 짝수로 하고, 죽은 사람 영혼이 어둠 속에 헤매지 않도록 촛불을 밝히는 풍습도 있다. ‘성묘’에 나선 이들은 긴 시간 말없이 촛불을 응시하며, 죽은 이의 선행과 일생을 되돌아보며 기도를 하곤 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타오르는 촛불로 공동묘지는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20세기 초까지도 리투아니아인들은 11월 1일 밤 죽은 사람 영혼이 들어오도록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놓는 풍습이 있었다. 또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침대를 마련하고 사우나실에 불도 넣었다. 영혼이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개를 개집에 가두기도 했고, 영혼을 젖게 하지 않도록 물을 뿌리지 않았다. 영혼에 상처를 입힐까봐 예리한 물건들은 숨겼고, 영혼의 눈에 들어갈까봐 화덕에서 재를 꺼내지 않았다. 밤에 집에서 나가거나 가축을 밖에 내놓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믿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들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곤 고요함 밤에 들리는 바람 소리,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무나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물이 튀기는 소리를 영혼이 오는 징표라 여겼다.
이어 영혼을 집으로 초대하고, 가족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한 뒤 침묵 속에 식사를 한다. 밥을 먹는 동안 음식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초대받지 못한 영혼을 위해 그대로 놓아둔다. 음식은 밤새도록 식탁에 놓아뒀다가 다음날 걸인들에게 나눠준다. 걸인들을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 영혼들 사이의 매개체로 믿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음식을 무덤으로 가져가 놓아뒀다고 한다. 이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은 ‘음부세계’에서 보낸 사람으로 여겨 극진히 환대하고 접대하는 풍습도 있다.
우리나라의 추석성묘를 연상시키는 11월 1일 리투아니아인들이 ‘벨리네스’를 맞아 묘지를 찾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 11월 1일 죽은 이들의 영혼이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무덤가에 촛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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