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5. 12. 07:50

주말 에스페란토 행사에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언론일에 종사하거나 언론에 관심있는 에스페란토인이 참가했다. 장소는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집 전체를 빌려서 1박 2일 동안 강연, 토론, 문제풀이 등을 하면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장 즐긴 것은 뭐니해도 사우나였다. 호숫가 사우나에서 몸을 데운 후 차가운 호숫물에 풍덩하는 재미 때문에 이 행사에 참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행사 중 식사는 항상 자발적인 참여로 준비한다. 무엇인가 도울 일을 찾아보았다. 부엌에 양파 한 묶음이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것보다 내가 한번 흘러보자는 생각으로 양파 묶음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열심히 혼자 양파를 까는 데 할머니 한 분이 옆으로 오더니 물음을 던지고 지나갔다.


"너 벌 받고 있니?"
"아닌데..."

순간적으로 '양파 까는 데 벌 받나고 왜 물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답을 찾는데는 찰나였다.

눈물을 흘리니까.

벌로서 양파 까기...
진작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말썽꾸러기 자녀에게 한번 시도해봄직한 벌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8. 07:08

아내는 10살부터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40대 중반인 지금까지 피아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내뿐만 아니라 아내의 직장 동료들도 거의 다 허리나 등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직업병으로 여겨진다.  

의식적으로 무거운 것을 들지 않으려고 하지만, 살다보면 무의식적으로 혹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땐 예외 없이 긴급 안마와 통증 온화 크림이 필요하다. 여러 번 병원에 가서 진료와 검사를 받았지만, 확실한 원인도 효과적인 치료법도 알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 병원을 찾아 마사지 물리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받는 그 순간에만 좋아지는 느낌이 들 뿐이다.

며칠 전 아내는 안마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세상의 많은 아내가 그러듯이 알뜰한 편이다. 그래서 공동 구매를 통해 안마 시간을 예약했다. 원칙은 안마 10회 분을 공동 구매하는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1회만 구입할 수가 있다. 아내는 일단 경험해보고 10회 분 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요즈음 리투아니아에도 공동 구매가 활성화되어 있다. 해외관광, 연주회, 건강보조품, 가전제품, 주방용품, 세차, 타이어교체, 미용, 호텔 등 공동 구매 품목도 참으로 다양하다. 정상가격에서 적게는 20%, 많게는 65%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절약 재미로 아내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동 구매를 했다. 때론 만족, 때론 불만족이다. 한번은 머리카락 자르기를 공동 구매했다. 미용실에 가니 북적돼야 할 것 같은데 텅비어 있었다. 미용사도 젊은 남자였다. 값싸게 머리카락을 잘라보려고 했는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미용사는 조금씩 깎으면서 마음에 드는지를 아내에게 자꾸 물었다. 손님 의향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미용실 경험 때문에 이번 안마 구매를 주저했지만, '아픈 자가 약자이니 그래도 한번 믿고 가보자'였다. 잔득 기대를 하고 안마사를 갔다. 한 시간 후에 돌아온 아내의 첫 마디였다.

"당신 손이 더 맵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당신이 안마를 더 잘 해."

겉으로는 아내의 칭찬에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속으로 '아, 이제부터 내가 힘들겠네'라고 중얼거렸다.

아내가 등 안마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덩치가 아주 큰 남자가 들어오더니 안마사라고 소개하면서 안마를 시작했다. 덩치에 비해 너무나 약하게 안마를 해서 "언제 더 세게 할까 학수고대하다보니 한 시간 안마 시간이 다 끝났다"고 말했다. 

아내는 안마 10회 분을 한꺼번에 다 구매하지 않은 것에 큰 위안을 삼았다. 앞으로 공동 구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서비스의 질이 낮아서 장사가 안 되니까 할인 공세로 공동 구매망에 들어오는 업소도 있을 것이라면서 원인 분석까지 했다.

"맞아, 싸다고 다 좋지는 않지. 공동 구매는 항상 신중히!!!"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