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20. 3. 30. 08:50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럽 전역으로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거의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강력한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관중이 운집하는 스포츠 경기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 현재 유일하게 스포츠 경기를 진행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리투아니아에 이웃하고 있는 벨라루스다. 이번 주말에도 여러 프로축구 경기가 열려 전세계 축구애호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참고로 벨라루스의 현재 FIFA 순위는 87위, UEFA 순위는 32위다.


코로나 공황(恐慌 패닉)에도 불구하고 벨라루스축구협회가 프로경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데에는 코로나에 대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견해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이 바이러스는 정신증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는다. 문명화된 세계가 미쳤다. 국경을 폐쇄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공황은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황에 빠지는 대신에 매일 보드카 40-50그램씩을 마시고 일주일에 두서 번 사우나하면서 계속 농장일을 할 것을 권했다.    

벨라루스의 축구경기 소식은 한국 언론도 보도했다. 스포츠서울은 유럽 코로나 패닉에도 벨라루스, 민스크 더비에 만원 관중 '경악'이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이 자극적인 제목의 한국 언론 기사를 접하면서 리투아니아 언론은 어떤 제목으로 보도했을까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리투아니아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 delfi.lt는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소식을 전했다. 

Baltarusijos stadionai netuštėja: nuo COVID-19 saugo „sunkus darbas ir degtinė“
벨라루스 경기장들은 텅 비지 않아 - 고된 일과 보드카가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한다

위 두 기사 제목을 비교하면서 갑자기 한국 언론이 좋아하는 "팩트체크"를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우선 "사실확인" 대신에 "팩트체크"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1. 민스크 더비가 30일(한국시간)에?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기반으로 하는 두 프로팀은 민스코 팀과 민스크 디나모 팀이다. 이 두 팀의 경기는 현지시간 3월 28일 17시, 한국시간 3월 28일 23시에 열렸다. 이때 관중은 1,750명이었다. 아래는 3월 28일 경기 후 벨라루스축구협회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이다.


* 경기 3월 28일 17시 현지시각 - 3월 28일 23시 한국시각 / 관람객 1750명

한국시간 30일을 고려해 가장 근접한 경기는 현지시간 3월 29일 16시(한국시간 3월 29일 22시)에 열렸다. 이슬로츠(Isloch) 팀과 스몰레비치(Smolevichi) 팀이 겨루었다. 아래는 3월 29일 경기 후 벨라루스축구협회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이다.


* 3월 29일 16시 현지시각 - 3월 29일 22시 한국시각 / 관람객 710명


2. 구름 관중이 몰려... 3000석 경기장을 가득 채워?
한마디로 리투아니아 언론 기사 제목(텅 비지 않아)이 사실에 맞다. 29일 경기 영상을 보면 경기장 관중석이 거의 텅 비었다라는 표현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 이날 관중은 710명이고 경기장은 관중 2만2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경기를 영상으로 본 사람이 지적한 내용이다. 이슬로츠 팀은 자기 구장이 없어 3천명 수용 민스크 팀 구장을 사용하는데 이날 경기는 2만 2천명 수용 디나모 구장에서 열렸다.


3. 코로나 예방 관련 조치도 없었다?

축구 경기장에서 악수, 포옹도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언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출처] 일부 팀들은 아픈 사람들이나 65세 이상의 사람들이 경기장에 오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토르페도(Torpedo) 팀은 팬들에게 관중석에서 1.5미터 서로 떨어질 것을 권했다. 또한 AFP(프랑스 통신사) 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3월 28일 열린 슬리바모지르(Slavia-Mozyr) 팀과 바테(BATE) 팀 경기에 앞서 경기장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한 후 입장시켰다.   

* 이미지 출처: https://youtu.be/7S9cW-2SxNc


벨라루스 축구경기에 대한 한국 언론 기사는 사실확인이 제대로 안 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3월 30일 현재 벨라루스의 코로나 확진자가 94명이고 사망자는 없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이 축구경기 등을 금지하면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데 반해 벨라루스는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유럽도 중국이나 한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될 때 아시아 코로나정도로 안이하게 인식했다. 하루속히 코로나가 종식되길 간절히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9. 17. 08:20

세계 언론들이 수식어로 흔히 사용하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는 누굴까?

일단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
1954년 8월 30일 출생
우크라이나인과 짚시의 피를 이어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 없이 자랐다.
1975년 결혼해서 아들 둘, 부부는 별거 (현재 다른 여인 사이에 5세 아들을 두고 있다)
1975년 교육대학 졸업. 역사와 사회학 교사 자격 취득
1985년 농업대학교 졸업
1979-1991년 공산당원
1993년 국회 반부패위원회 위원장
1994년 부패 척결 공약으로 80% 지지로 대통령 당선
1996년 대통령 권한 확대를 위한 헌법개정 국민투표 실시
2001년 대통령 재선
2006년 84.2% 지지로 대통령 삼선

한국의 유신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이 나라는 바로 벨라루스이고 언론들이 지칭하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알렉산드르 루카센카이다. 서방 세계는 벨라루스내의 인권과 언론자유 탄압 등으로 그를 경계시하고 있다.

1991년 1월 13일 소련군이 무력으로 리투아니아 독립시위를 진입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소련군 책임자가 벨라루스로 피신했고,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로부터 범법자 인도를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 동안 두 나라간 외교관계는 냉랑했다. 리투아니아 독립의 상징적인 인물인 란드스베르기스는 루카센카를 독재자라 칭한다.          

최근 리투아니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루카센카는 "이 나라의 대통령은 장난감도 인형도 아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거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나는 그 권한을 실현시켜야 한다. 나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 불만이 있는 국민들은 루카센카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유럽은 다른 사람이 벨라루스를 통치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누가 그들의 대통령이 될 것인지 어떤 권력으로 통치할 것인지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벨라루스에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다라는 리투아니아 기자들의 지적에 그는 "1991년부터 2289명이 실종되었다. 그렇다면 당신 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는 지 확인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웃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우리에게 이웃에 살도록 결정한 것이다. 협력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경제와 금융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양국 국가지도자들이 만나 이해와 협력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루카센카는 리투아니아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15일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다. 이외에 빌뉴스에서 개최되는 2009년 벨라루스 박람회와 리투아니아와 벨라루스 경제 포럼에 참가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도 다섯 살 아들을 데리고 왔다. 지난 번 바티칸, 러시아 방문 때도 그는 이 아들을 데리고가자 언론들은 "벌써부터 자신의 후계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를 냈다.

16일 아침 11시 정상회담이 열리는 대통령궁 광장에 혹시 그의 방문을 둘러싼 시민들의 집회가 열릴까 궁금했다. 하지만 10시경 비와 함께 내리친 천둥 번개로 아파트내에 정전까지 발생했다. 11시가 되자 비가 조금씩 그치기에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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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 광장 주변에는 평소 다른 나라 국빈 방문때보다 더 많은 경찰이 길목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가 내려서 그런지 모여 있는 시민들은 없었다. 한 곳에 너다섯 명이 모여 있기에 가보니 대통령궁 정원 입구 앞이었다. 정원 안에는 루카센카 대통령 일행이 타고온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넘어 12시 30분경 드디어 루카센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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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콧수염을 하고 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사람이 바로 루카센카 벨로루시 대통령

이날 아침 례투보스 리타스에서 읽은 설문조사 내용이 떠올랐다. "유럽의 마지막독재자를 국빈으로 초청한 리투아니아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설문조사에
     - 리투아니아는 독재자가 아니라 이들에 대항해 싸우는 사람들과 친해야 한다 6%
     - 이웃이 어떠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66%
     - 이는 리투아니아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다 - 우리나라는 유럽연합 정책을 실현한다 21%
     - 관심 없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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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천하 권력을 누리고 있는 루카센카는 가난한 벨라루스를 부자 나라로 만들어야 하고, 경제전문가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리바우스카이테는 당면한 경제불황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절실함이 그 동안 양국간 냉랑한 정치관계에서 벗어나 경제관계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상회담 후 비가 개는 것을 보니 양국 경제협력의 앞날을 전망하는 듯했다.

* 관련글: 벨라루스, 월급 대신 장작 지급
               벨라루스 민스크 국립도서관, 밤엔 거대한 전광판으로 둔갑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2. 8. 11:28

1990년 우크라이나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올 때 기차를 타면서 지나온 나라가 바로 벨라루스이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가고 싶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이다. 빌뉴스에서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까지는 불과 195킬로미터이다.

인구 약 천만명의 벨라루스는 1991년에서 소련에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94년부터 독재정권과 인권탄압의 인물로 서방 언론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루카센코가 집권하고 있다. 한때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으나, 그루지야,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성공한 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루카센코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페란토로 통해 알게 된 핀란드인 친구 칼레 크니빌라(Kalle Kniivilä kniivila.net)가 지난 11월 벨라루스를 다녀왔다. 그가 찍은 사진을 통해 벨라루스의 최근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니 거리는 번잡하지 않고, 깨끗하다. 빌뉴스엔 경제위기로 거의 모든 건설현장이 정지된 상태인데, 민스크엔 여전히 건설 중이다. 리투아니아 레닌 동상은 철거되었지만, 벨라루스엔 여전히 꽃다발이 놓인 레닌 동상이 건재하고 있다.
 
사진 게재를 허락한 칼레 사진첩(albumo de Kalle)에 가면 더 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가까운 장래에 직접 벨라루스를 방문해 글을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설명은 초유스가 함. Jen mi aperigas fotojn de Kalle pri Belorusio. Dankon, Kalle, pro viaj fot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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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원사업이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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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산하고 깨끗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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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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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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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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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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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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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가에서 사과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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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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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스크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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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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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히 레닌 동상이 건재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