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 15. 07:01

리투아니아에 지난해 12월 중순 폭설이 내렸지만, 이내 영상의 날씨로 눈이 거의 녹았다. 그러다가 연초에 다시 눈이 내렸고, 대지는 온통 흰색이다. 어제 아침 일어나니 나뭇가지에는 보슬보슬 내린 눈이 살며시 앉아 있었다. 새가 푸드득 하는 순간 그가 앉은 나뭇가지의 눈은 땅으로 떨어졌다.


우리 집 부엌 창가에 있는 단풍나무 가지에는 진박새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포송포송한 눈이 별미인지 진박새는 이를 쪼아먹고 있었다.


"우리 집에 새들에게 줄 먹이 있어?"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주면 안 돼."
"왜?"
"최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함부로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했어."
"왜?"
"사람들이 먹이를 주는 데 오히려 이것이 새를 굶어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데."
"어떻게?"
"사람들이 한 두 번 먹이를 주면 새는 스스로 먹이를 찾는 노력 대신에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데."
"기다리다가 굶어주는구나."
"그래. 당신이 규칙적으로 먹이를 줄 수 있다면 줘도 돼. 그런데 곧 당신이 한국을 방문하잖아."
"맞다. 이 정도 날씨라면 새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도록 놓아두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12. 6. 08:40

어제 일요일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내가 클럽에서 놀다가 온 새벽에 들어온 큰딸 마르티나에게 한마디했다.

"네가 새벽에 1층 아파트 현관문 비밀코드를 입력할 때 나는 소리에 아래층 아파트 개가 짓는 소리를 들었다. 개가 있으면 인기척을 미리 알려주니 참 좋겠다. 나도 귀여운 작은 개를 키우고 싶은데......"
"엄마, 나도!!!!"라고 작은딸 요가일래가 거들었다.

나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보다 번거로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 집은 나 때문에 애완동물이 없다. 다른 식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스스로 커서 독립하면 마음껏 해라."라고 늘 답한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십여년을 잘 참아준 가족에게 감사한다.

이런 애완동물 이야기가 나오면 급히 화제를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창문 밖을 보았다. 토요일 바깥 창틀에 뿌려놓은 쌀알이 모두 사라졌고, 남아있는 눈에는 온통 새발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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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이를 먹는 새들을 지켜보고 있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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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한에 몸을 움추리고 있는 박새

"우와, 어제 놓아둔 쌀알이 모두 사라졌네!"
"뭐?"라고 요가일래가 즉각 반응했다.
"아빠가 어제 혹한에 고생하는 새들을 위해 쌀알을 놓았는데 벌써 이들이 다 먹어버렸어."
"나도 줄래!"

창틀에 놓아둔 쌀봉지를 요가일래는 창문을 열고 바깥 창틀에 뿌렸다.
"조금만 줘. 내일도 주어야지."

쌀알을 뿌리자마자 비둘기들이 날아왔다. 먹이를 먹고 있는 비둘기를 바라보면서 딸아이가 흐뭇해했다. 새들의 모습을 삼성 캠코더 hmx-t10에 담아보았다.
 

"개가 아니더라도 보살펴줄 수 있는 새들이 있잖아!"
"아빠 말이 맞는데 그래도 개가 있으면 좋겠다."
"창틀에 놓을 새먹이통을 하나 사자. 새들에게 줄 성탄절 선물로."
"아빠, 정말 좋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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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