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트 3국 리투아니아는 추수가 보통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이다. 주로 밀, 보리, 호밀 등이 재배된다. 추수가 끝난 후 들판에서 짚 뭉치들이 여기저기 있거나 아래 사진처럼 한 곳에 거대하게 모아져 있다. 짚은 축사의 바닥재로 사용된다. 그리고 동물 분비물로 더러워진 짚은 나중에 퇴비가 된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140킬로미터 떨어진 농촌 마을 나우야미에티스(Naujamiestis, 인구 800명)는 가을이 되면 언론이나 방송에 등장한다. 이 마을 문화원은 7년전부터 짚조각 공원을 만들어오고 있다.
마을 농민들의 짚을 기증받아 문화원 직원들과 마을 어린이들, 학생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짚조각 작품을 만든다. 이 조각품은 마을 어귀 풀밭에 전시되어 오고가는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해마다 작품의 주제가 다르다.
올해 주제는 '악기'이다. 그랜드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서양 거문고, 호른, 백파이프 등 다양한 악기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짚울타리에는 악보가 그려져 있다. 보기만 해도 손가락이 악보따라 움직이지는 듯하다.
이 짚조각 공원은 가을에만 있는 한시적이다. 10월 하순에 날을 정해 짚조각품을 모두 불태운다. 그 이유를 마을 문화원장에 물었더니 답이 이렇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불태우는 것은 아름다운 정화(淨化)이다."
곡물 수확이 끝난 농촌 마을,
이렇게 짚이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되살아났다. 이 짚조각 공원은 마을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흐린 날씨가 점점 많아지는 가을날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짚조각품을 보면서 즐거움을 나눈다. 이제는 인근을 비롯한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