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4. 22. 20:25

스캔들로 수개월 동안 잠수했던 타이거 우즈가 최근 골프대회에 출전했다. 4월 9일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한국의 최경주 선수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최경주 선수는 "우즈가 감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은 물론 한국식 욕도 아는데 그 버릇을 안 고쳤더라."라고 말해 우즈가 골프를 치는 동안 한국어 욕설을 했음을 암시했다.

만약 했다면 우즈가 과연 어떤 한국어 욕설을 했는 지 궁금하다......
2008년 국감장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취재진을 향해 퍼붓은 욕설 수준일까......

이 우즈의 한국어 욕설 소식을 접하면서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와 관련된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딸아이를 등교시키는 길에 딸아이가 졸라대었다.

"아빠, 한국말에는 바보라는 말 말고 다른 욕이 없어?"
"있지."
"그럼, 제발 한국말 욕을 좀 가르쳐줘."
"뭐 하려고?"
"나에게 나쁜 일을 하는 친구에게 한국말로 욕하고 싶어. 그들이 모르니까 참 재미있을 거야."
"네가 욕하면 네 입이 더러워지잖아."
"알았어. 됐어." (딸아이는 훈계를 더 이상 듣기 싫은 지 졸라대는 것을 멈췄다.)

하지만 딸아이의 궁금증은 학교에서 돌아온 후에도 계속되었다.

"아빠, 남자 고추는 진짜 한국말로 뭐야? 그리고 여자 조개는 진짜 한국말로 뭐야?"

딸아이가 어렸을 때 남녀 생식기를 고추와 조개로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제 이 생식기의 진짜 이름을 알고싶어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딸아이가 이렇게 알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적지 않은 욕이 바로 남녀 생식기 이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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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말 어휘력을 높이고자 욕을 가르쳐달라는 딸아이의 속셈은 이것을 친구들에게 써먹기 위해서다.

한국말 중 "바보야!"와 "똥이야!"가 욕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딸아이(만 8세)가 이제 점점 욕설 어휘력을 더 키우고 싶어한다. 딸아이는 집에서 늘 아빠하고만 그리고 가끔 한국 교민 친구들을 만날 때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고 있는 또래아이들과는 달리 다양한 욕설을 접하지 않고 있다.

흔히들 욕설은 가장 쉽게 배운다고 한다. 그러니 딸아이가 재촉하더라도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다. 자라서 그 환경 속에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관련글: 우리집의 국적불명 욕 '시키마'의 유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2. 19. 09:39

세상에는 우리 집 식구 네 사람만이 알고 있는 단어가 하나 있다. 무엇일까? 이는 리투아니어도, 한국어도, 에스페란토도, 영어도 아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단어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빨리 배우고, 가장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단어가 욕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 단어는 욕에서 비롯된 무국적 단어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1년 큰 딸 마르티나가 한국에 갔다. 당시 아홉살이었다. 또래의 한국인 사촌들과 아파트 놀이터에 여러 차례 놀려갔다. 어느 날 마르티나가 신경질을 부리면서 내던진 말이 바로 이 단어였다. 그런데 아무도 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냐고 마르티나에게 물으니 놀이터에서 한국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데 왜 이 단어를 모르냐고 되물었다.

마르티나가 말한 단어는 바로 '시키마'였다. '시키마'가 대체 무슨 말일까?

5세부터 음악학교에 다닌 마르티나는 또래 아이들보다 음을 정확하게 듣는다. 외국어 단어라도 뜻은 모르지만 정확하게 듣고 따라서 말을 할 수가 있다. 그런 마르티나가 한 '시키마'는 정말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한 동안 '시키마'는 화두로 남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무엇일까를 곰곰히 추론해보았다. 시옷으로 시작하는 단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욕은 쉽게 배운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상대방을 경멸해서 부를 때 흔히 사용하는 "이 새끼야!"의 '새끼'라는 단어가 아닐까?

'새끼'와 '시키마'는 완전히 닮지 않은 것 같다. 그럼, '시키마'의 마는 어디서 나왔을까? 혹시 '임마'의 '마'가 아닐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끼 + 임마 = 시키마 ?

결론적으로 '시키마'는 마르티나가 당시 놀이터의 한국 아이들이 자주 말한 "(이) 새끼야!", "(야) 임마!"를 옆에서 많인 들운 후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르티나는 이 '시키마'를 상대방을 부를 때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마르티나가 부탁을 해서 남이 빨리 안들어 주었을 때나 신경질이 나서 소리를 지를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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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와 요가일래는 종종 '시키마' 단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한다.

이 '시키마' 단어는 이제 작은 딸 요가일래에게도 전수되었다. 가끔 아내도 사용한다. 이젠 리투아니아 사람인 처남들까지도 사용한다.

이렇게 한국 단어의 "새끼"와 "임마"가 마르티나에 의해 "시키마"로 변했다. 마르티나의 리투아니아 친구들도 이 단어를 자연스럽게 배워 사용한다고 한다. 그들은 이 단어가 한국어 단어라고 믿고 있다. ㅎㅎㅎ

* 최근글: 한국 잡채가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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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7. 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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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야까님의 '한국에서 제일 자주 듣는 단어는?"라는 글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여기서 사용한 '존나"를 곧 한국을 방문할 아내에게 설명을 하고 리투아니아에도 혹시 '많이', '아주', '몹시'라는 표현으로 '존나'와 비슷한 것이 있는 지 물어보았다.

익히 알다시피 '존나'는 남근에서 비롯된 말이다. 리투아니아인들의 대부분 일상적인 욕은 러시아어이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러시아 지배를 받은 데서 유래한다. 묻자마자 아내는 가까운 사람 중 하나가 늘 쓰는 표현으로 대답했다.

이 지인은 맛있는 음식을 보면 "eik tu na chuj, kaip skanu (에익 투 나 후이, 카잎 스카누)"라고 자주 말한다. 직역하면 "거시기로 네가 가라, 정말 맛있다!"이고, 의역하면 "존나 맛있다!"이다. 하지만 점잖은 사람이 극단적인 욕 단어를 사용하기가 어색해서 그런지 'na chuj'는 'sau'(자기 자신)'으로 변형되었다. 그래서 "eik tu sau, kaip skanu!"라는 표현을 일상에서 아주 흔히 듣는다. 이 하나만을 놓고 본다면 사람의 언어표현에 있어서 동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

* 사진은 리투아니아의 대표적 전통음식인 "쩨펠리나이(감자왕만두)"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