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7. 14. 08:10

서양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마늘 냄새 나는 민족으로 여긴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서양 사람들은 마늘을 전혀 먹지 않을까? 유럽에서 25여년 동안 살면서 마늘을 의도적으로 먹지 않는 사람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음식에 간을 할 때 마늘을 사용한다. 웬만한 집 부엌에는 마늘과 양파가 늘 준비되어 있다. 하루 중 마늘과 양파가 든 음식은 주로 더 이상 외출을 하지 않을 때 먹는다. 마늘은 특히 겨울에 많이 소비된다. 감기 증세를 느끼면 깐 생마늘을 이겨서 빵 위에 발라서 먹는다. 

텃밭에 심는 대표적인 채소 중 하나가 바로 마늘이다. 일전에 리투아니아 지방도시 쿠르세네이에 살고 있는 장모님 텃밭을 둘러보았다. 적지 않은 양의 마늘이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특히 음자리표처럼 생긴 마늘쫑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한국에서 즐겨 먹던 마늘쫑 짱아찌가 불현듯 떠올랐다. 여기 사람들은 마늘쫑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마늘 줄기과 함께 그냥 버린다. 꾸불꾸불 자란 것을 보니 이미 제철은 지난 듯했지만, 그래도 한번 짱아찌를 담그보자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마늘쫑을 뽑아서 말끔하게 씻었다. 짱아찌 요리법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아냈다. 그런데 한국 음식을 만들다보면 늘 유럽인 아내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리법에 정확한 양의 측정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요리법에 따르면
마늘쫑 2단에 간장 3컵, 소금 1컵......

"2단의 정확한 무게는?
컵의 정확한 양은?
소금 1컵이라면 짜서 먹을 수 없을 텐데 정말 1컵이냐?"

정확한 수치를 요구하는 아내의 따지기가 귀찮을 정도로 이어진다.   

"맛이 없으면 나만 먹을 테니 그냥 해보자!"로 매듭 짓는다.
 
이번에 마늘쫑 짱아찌를 담그면서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유리병을 소독하는 데 끓는 물을 붓는다. 막바로 부으면 유리병이 쉽게 깨어진다. 그래서 쇠숟가락을 넣은 후에 물을 붓는다.


진공유리병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1달간 한번 기다려보련다. 조금이라도 먹을 만하다보면 다행스럽다. 괜히 공력만 쏟았다는 핀잔을 듣지 않길 바랄 뿐이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8. 5. 07:47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장모집 채소밭에 들깨를 심었다. 장모집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250km 떨어진 곳에 있다. 올해는 지난 해보다 일찍 심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주말 장모집을 방문해 보니 깻잎이 벌써 손바닥만하게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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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깻잎 아가씨" 선발대회가 열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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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와 함께 싱싱한 깻잎을 먹고 있는 7살 구스타스

주위 사람들 중에는 싱싱한 깻잎을 따서 주면 향이 진하고 생소하다고 먹기를 꺼리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고기를 싸서 주거나 깻잎장아찌를 주면 대부분 좋아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깻잎장아찌에 밥만으로 한 끼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정도로 깻잎장아찌 애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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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깻잎을 씻고, 양념을 하는 일은 한국인 남편의 몫

보통 한국음식을 만드는 일은 요리에 전혀 소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접 해야 한다. 따온 깻잎을 직접 물로 씻고, 양념을 만든다. 양념은 마늘, 참깨, 간장이 전부이다. 일전에 한국에서 오신 분이 깻잎짱아찌 통조림을 선물로 주고갔다. 이것을 먹은 본 아내는 우리 식대로 양념한 깻잎짱아찌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ㅎㅎㅎ


▲  2008년 깻잎따기 영상

아내의 깻잎장아찌 사랑 덕분에 리투아니아 친척과 친구들 사이에 우리집 깻잎장아찌는 김치와 더불어 한국음식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 관련글: "한국 깻잎장아찌 최고예요!"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