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 7. 08:54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책을 가지고 낑낑대고 있었다. 내용인즉 오늘 수업시간에 책에 있는 내용을 보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가 생각났다. 당시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표력을 키우기 위해 한 단원의 내용 줄거리를 발표하게 했다. 논리력이 부족한 탓으로 스스로 줄거리를 만들기보다는 학습참고서인 전과에 있는 줄거리를 달달 외워 발표하곤 했다. 모두가 서로 하고 싶어서 교실 사방에는 "저요! 저요!"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죽지 않으려고 줄거리 외우기를 악착같이 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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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가 눈천사를 만들고 있다.

요가일래의 숙제를 보면서 "외우지 말고 그냥 여러 번 읽고 생각나는 대로 발표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완벽하게 외워서 멋있게 발표하고 요가일래는 어눌하게 단어 이어가기를 한다면 사실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엄마는 요가일래에게 여러 번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요가일래에게 외워서 말하기를  강요했다.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외우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책을 들고 살짝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이 페이지를 복사해줘." (집에는 복합기능 프린터기가 있다.)
"왜?"
 "엄마를 놀라게 해주려고."


초등학교 2학년생이 커닝하겠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커닝은 나쁜 짓이니 하면 안된다고 일러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공부의 동기부여라는 차원에서 "학교에서는 하면 절대 안된다"라고 말한 후 복사를 해주었다. 요가일래는 복사한 페이지에 해당 문구를 짧게 오려서 주머니에 넣었다.

엄마에게 책을 돌려주면서 이제 외워서 다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엄마가 보이지 않은 문 뒤에서 요가일래는 쪽지를 또렷하게 읽어내려갔다. 엄마는 외우기에 성공한 요가일래에게 웃음을 지었고, 요가일래는 엄마를 멋있게 속였다는 것에 깔깔 웃었다.

역시 아이들은 순진하다. 요가일래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쪽지를 내보이면서 비밀을 털어놓았다. 커닝을 경계하는 엄마는 버럭 화를 내었다. 그리고 추궁했다. 화살은 이제 아빠에게로 돌아왔다. 초2 딸아이가 책을 복사해서 커닝 쪽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 할 것이라고 엄마는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 발상은 순전히 어른인 아빠가 한 것이고, 아빠는 딸에게 커닝을 가르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아내는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다.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퍼붓는 엄마의 질책에 사실을 말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외우기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한 것은 커닝이 아니라 외우기 놀이이다."라고 말한 후 그냥 침실에서 나와버렸다.


위 영상은 요가일래가 만 다섯 살일 때 직접 만들어 낸 한국어 이야기이다. 요가일래에게는 외워서 발표하기보다는 이렇게 직접 지어서 발표하기가 더 적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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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2. 8. 13:52

최근 미국의 조셉슨 연구소가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0명 중 6명(64%)가 컨닝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한편 지난 5일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는 전교조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전교조는 아이들에게 커닝을 하라고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든 한국이든 유럽이든 “시험 있는 곳에 컨닝 있다”라는 말이 통함을 알 수 있다. 

사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 커닝을 조금이나마 하지 않았거나 해보려고 시도한 적이 없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다. 부끄럽게도 초유스도 이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중학교 2학년 다닐 때였다. 시험지를 나누어주는 순간 우선 재빨리 주마간산처럼 문제들을 읽어간다. 정말 모르는 문제를 발견하면 앞뒤 친구에게 속사포로 답을 물어본다. 이때 감독선생님은 시험지가 끝까지 잘 배포되는지만 신경 쓰지 우리들의 속삭임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로 앞뒤에 앉은 친구들이 등수를 놓고 서로 심한 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려고 했지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러한 어린 우리들의 태도는 벌써 심한 경쟁사회의 병폐에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대학교 다닐 때에는 보통 미리 예상문제를 수십 개 주었기 때문에 그것만 열심히 하면 큰 무리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특히 대부분 시험이 논술형이라 단답형과는 달리 커닝으로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때에는 교수와 일대일 구술시험이라 컨닝을 도저히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죽으라고 공부를 해야지 요행을 피울 수가 없었다. 졸업시험에는 교수 3명으로부터 그 동안 배운 과목에 대한 집중적으로 구두 질문공세를 받아야 했다.

언젠가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 있는 친구 집에 며칠 머문 적이 있었다. 이 친구 부인은 당시 대학교 생물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었다. 그 날 늦은 새벽까지 잠도 자지 않고 시험공부에 열중했다. 건데 아침에 공부한 흔적을 보여준 것은 바로 쪽지모음들이었다.

책을 읽고 암기한 것이 아니라 바로 쪽지 수십 장에 출제 예상되는 문제들의 답을 빽빽하게 써서 풀로 붙인 것이 그가 한 시험 공부였다. 이 쪽지를 손바닥으로 감싸고 감독관의 눈을 피해 몰래 베끼는 것이 생물학과생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컨닝방법이라고 말했다.

하기야 이 쪽지를 꼼꼼히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야할 지식을 부분이나마 얻었을 것일 것이다. 약삭빠른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이 쪽지를 복사해 친구들에게 팔기도 한다. 이렇게 시험 컨닝은 동·서양이 따로 없다. 컨닝이 화두였기에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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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이 즐겨 사용하는 컨닝 방법 - 작은 책 만들기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6. 19. 18:29

지난 주 대부분 리투아니아 학교는 기말고사를 끝으로  벌써 8월말까지 이어지는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리투아니아에도 시험을 칠 때 학생들이 컨닝을 한다. 언젠가 한 친구가 시험 컨닝을 위해 만든 것을 보여주었다.

흡사 아주 작은 책 한 권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정도로 쏟은 정성이라면 만들면서 시험공부를 다 해버려 별 소용이 없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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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