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10. 20. 05:49

몇 해 전 가을 리투아니아 숲 속에 현지인 친구의 권고로 채취한 버섯을 집으로 가져와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관련글: 아내에게 독버섯으로 오해받은 큰갓버섯]. 아래 사진이  바로 당시 채취해서 찍은 버섯이다.  
   

확실하게 식용버섯인 줄을 몰라서 그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채취한 식용버섯이라면서 이와 유사한 버섯 사진을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사진들 중 최고 압권은 슬로바키아 니트라(Nitra)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 페테르(Peter Baláž)가 찍은 것이다[아래 모든 사진은 페테르가 제공한 사진. La subaj fotoj:  kompleze de Peter].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이 버섯이 amanita vaginata(우산버섯)이냐?"
"이 버섯은 macrolepiota procera(큰갓버섯)이다. 맛좋은 식용버섯이다."

그동안 이 버섯을 우선버섯으로 알고 있었는데 페테르 덕분에 이 버섯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또한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버섯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유럽인들이 즐겨먹는 버섯은 그물버섯, 꾀꼬리버섯(살구버섯), 붉은젖버섯 등이다.   

큰갓버섯의 갓은 양산이나 우산을 빼닮았다. 처음에는 둥글다가 점점 볼록해지고 편평해진다. 나중에는 이름대로 큰갓이 된다. 온대 기후에서 주로 습한 풀밭에서 자란다. 


줄기가 길쭉하다. 주로 갓을 먹고 줄기는 가죽처럼 질겨서 버린다. 분말용으로 먹을 때에는 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구니 왼쪽에 있는 갓처럼 큰갓버섯의 갓은 이렇게 넓고 평평하다.



유럽 사람들은 이렇게 버섯을 채취해 겨울철 식량을 준비한다.


바구니 가득 채취한 큰갓버섯에 만족해 하는 슬로바키아 페테르 부부...


차 짐칸이 이날 채취한 큰갓버섯으로 가득 찼다.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보통 큰갓버섯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나?"
"가장 맛있는 요리는 빵가루를 발라서 튀긴 요리다. 그냥 기름 위에 날것을 튀겨서 소금, 후추, 마늘 등으로 양념해서 빵 위에 발라 먹기도 하다. 이 밖에 건조시켜 분말로 만들어 소스나 수프에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앞으로 숲이나 풀밭에서 큰갓버섯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채취해서 위에서 페테르가 말한 대로 요리를 해서 먹어봐야겠다. 한편 큰갓버섯과 유사하게 생긴 독우산광대버섯과 흰독큰갓버섯은 독성이 강한 버섯이므로 필히 주의해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9. 26. 09:18

얼마 전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숲에서 버섯을 채취했다. 주된 목적은 곧 펴낼 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날따라 최고로 치는 그물버섯(바라비카스, baravykas, boletus)을 찾기가 힘들었다. 리투아니아 버섯의 왕인 그물버섯을 찾아 헤메느라 다른 버섯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같이 간 친구는 꾀꼬리버섯 등 여러 식용버섯을 벌써 서너 바구니를 채취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바구니가 더욱 빈 것 같아 초조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사진촬영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버섯량을 기대할 아내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물버섯이 보이지 않기에 우리 집 식구 수만큼이라도 채취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보기도 했다. 친구의 바구니를 보니 우산나 갓처럼 생긴 넓적한 버섯이 있었다.    

"이거 무슨 버섯인데?"
"큰갓버섯(Macrolepiota procera, granda sunombrelfungo).
"
"먹을 수 있어?"
"있으니까 바구니에 들어있지."
"어떻게 요리해?"
"깨끗하게 씻어서 후라이팬에 튀기면 돼."


이 말을 듣자 조금 전 이 버섯 군락지가 떠올랐다. 우산처럼 생긴 버섯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이름뿐만 아니라 식용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친구가 식용이라고 하자 그 군락지가 생각났다. 기억을 더듬어 울창한 숲 속에서 그 장소를 찾아보았으나 결국 찾지를 못했다. 큰갓버섯으로 체면을 살려보려고 했는데.... 그 군락지를 포기해야 했다.


나중에 넓적한 큰갓버섯 하나를 채취했다. 그물버섯 다섯 개, 큰갓버섯 한 개가 이날 채취한 버섯량이었다. 하루 종일 숲 속에서 보낸 것에 비해 채취량이 너무 빈약하자 아내는 버섯을 다듬으면서 투덜거렸다. 아내의 불만은 큰갓버섯을 보자 폭발했다.


"당신은 누굴 죽이려고 이런 독버섯을 따가지고 왔나?" (아내도 큰갓버섯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친구가 식용이라고 말했는데......"
"특히 버섯은 친구말만 믿어서는 안 돼."
"그렇게 의심이 되면 먹지 말자."


아내도 나도 생전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이 큰갓버섯은 이렇게 식탁 대신에 쓰레기통으로 가게 되었다. 식용인 큰갓버섯은 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이나 흰독큰갓버섯과 유사해서 아주 주의를 해야 한다[관련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