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계절이 10월 하순이었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조금 떨어져 있는 엘코틸로(El Cotillo)를 다녀왔다. 
코랄레호에서 FV-1, FV-109, FV-10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엘코틸로에 거의 도착할 무렵 창호지 문창살을 떠올리게 하는 로케 풍차(Molino del Roque)가 우리를 먼저 맞이한다. 푸에르테벤투라의 뜻이 강풍이듯이 여기는 연중 내내 무역풍이 분다. 특히 수확 직후인 7-8월에는 자주 강풍이 분다. 그러니 곡물 빻기에는 풍차가 제일 안성맞춤이다. 풍차는 18세기에 이 섬에 도입되었다. 섬 일주를 하다보면 여기저기 솟아 있는 다양한 풍자를 만나게 된다.   

엘코틸로는 서쪽 해변에 자리잡고 있다. 17세기 어촌 항구로 시작했지만 1980년대에 휴양관광지로 개발되었다. 수정 같이 맑은 물과 고운 모래를 지니고 있는 아기자기한 해수욕장이 석호따라 이어져 있다. 이날 정한 욕수욕장은 라콘차(La Concha) 해수욕장이다.

여기에서

차를 세워놓고 모래사장을 따라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왼쪽 하늘 먹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하지만 오른쪽 하늘에 희망을 걸어보면서 해수욕장에 다다른다. 

파아란 하늘 하아얀 구름 황금빛 모래 비취빛 석호잔잔한 물결검푸른 바위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바라보고 있으니 왜 이 라콘차(La Concha)를 

럽과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꼽는 것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겠다.

서 있는 바위에서 고개를 고요한 석호에서 왼쪽으로 돌리니 저 멀리서 파도가 철썩철썩 암초에 부딪치면서 흰 거품을 뿜어내고 있다.

쭉 뻗어 있는 바닷속 암초가 파고에 따라 드러났다 숨었다를 반복하면서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이 암초 덕분에 석호 안 바닷물은 잔잔하기 그지 없다.

마치 노천에서 온천욕을 하는 듯하다.

아니면 사해에서 둥둥 떠있으면서 일광욕을 즐기는 듯하다.

라콘차 해수욕장 바로 남쪽 있는 로스라고스(Los Lagos) 해수욕장이다.

다시 라콘차 해수욕장 전경이다. 소금냄새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이 다채로운 색의 향연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물의 투명함으로 인해 바다와 모래의 경계가 애매하다.  

저 시커먼 해변 바위 뒤로 숨어서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서 이렇게 해수욕 바다를 잠잠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암초의 수고를 나부터라도 기억해야겠다.  

바닷속에 불순물 하나 없는 맑고 맑은 물이다. 

엄마가 손바닥 위 뭔가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있다. 화평스러운 장면이다.

 

인산인해, 파라솔천국, 잡상인, 호객행위, 바가지요금 등 해수욕장을 통상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 여기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엘코틸로 일대 해수욕장에서는 파도를 타는 재미는 없지만 바닷속 고요함과 해변의 한적함을 두루 만끽할 수 있다. 라콘차 해수욕장 전경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2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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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계절이 10월 하순이다. 이맘때인데도 여기는 북유럽의 여름 날씨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 여전히 해수욕을 할 수 정도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래 지도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잠수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25개 장소이다.

 

 

하루는 렌트카로 푸에르테벤투라 섬을 일주해보기로 했다. 렌트카 사무실에 걸려 있는 카나리아 제도 지도가 눈에 확 들어온다. 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다. 여러 해를 거쳐 이 일곱 개 섬을 다 다녀오려고 한다. 지금껏 세 개 섬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해마다 1천만명 이상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렌트카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물론 임박해서 하거나 당일에 하면 비용이 부담스럽다. 여행을 결정함과 동시에 렌트카 예약을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자, 코랄레호를 떠나 이제 남쪽으로 내려간다. 라올리바(La Oliva)를 지나서 가다보면 오른쪽에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나 있다. 틴다야(Tindaya) 산이다. 해발 401미터이고 평원에서는 225미터다. 이 산은 300여개의 발모양 고대 암석조각이 있어서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원주민들은 이 산을 신성시했다. 

 

틴디야를 막 벗어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기슭 외딴 곳에 금색 동상이 보인다. 산색깔과 흡사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동상의 주인공은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 1864-1936)다.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로 20세기 스페인 문학과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여러 작품들(사랑과 교육, 안개, 아벨 산체스 등)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Miguel Primo de Rivera, 1870-1930) 독재에 항거하다가 1924년 살라망카대학교(Salmanca Univ.) 총장직에서 해임되고 푸에르테벤투라로 추방되어 1930년까지 거주했다.  

 
이제 차는 서서히 완만한 길을 따라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에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로 접어든다. 이날 제일 먼저 도착한 전망대는 테구(Tegu) 산 정상에 있는 모로벨로사(Mirador Morro Velosa)다. 란사로테 출신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세사르 만리케(César Manrique, 1919-1992)가 설계한 이 전망대는 주차장, 정원, 커피숍, 전시관을 두루 갖추고 있다. 휴관일에는 진입로가 막힌다. 휴관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이 경우 FV-30 도로 거인상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약 1.3km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작은 전시관을 둘러본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급경사의 비탈길을 올라올 때 받은 긴장감을 통유리벽 넘어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면서 한순간에 떨쳐 버린다. 확 트인 이국적인 전경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해발 650미터에 잡리잡고 있는 모로벨로사 전망대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로 여겨진다. 맑은 날에는 엘코틸로(El Cotillo), 틴다야 산, 코랄레호 사막 그리고 란사로테 섬까지 훤하게 다 보인다.  
 

 
테구 산 위에서 내려다 본 또 다른 전망대(Mirador Corrales de Guize)다. 해발 600미터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는 베탄쿠리아(Betancuria)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코랄레호 사막과 엘코틸로가 보인다. 
 

 

이 전망대의 압권은 높이가 4.5미터인 두 거인상이다. 기세(Guize)와 아요세(Ayoze)다. 1402년 노르만인들(스칸디나비아에서 유래된 민족)이 이 섬을 침략했을 때 기세는 섬 북부를 다스리는 왕이고 아요세는 섬 남부를 다스리는 왕이었다. 침략자들의 우세한 무력에 얼마 안 가서 이들은 항복하고 각각 루이스(Luis)와 알폰소(Alfonso)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이들이 서 있는 자리가 당시 남북 왕국의 경계선으로 주장되고 있다.   

 

청동상의 손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일까 땅을 향한 오른손 중지가 벌써 황금색으로 변해 있다. 활짝 편 손으로 행운을 수직으로 곧장 내려주소서...

이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남쪽으로 3킬로미터로 가면 베탄쿠리아가 나온다. 1404년 노르만 원정대의 장 베텐코트(Jean de Béthencourt, 1362–1425)가 이 도시를 세웠다. 현재 인구가 약 800명밖에 안 되지만 한때 카나리아 제도 왕국(1404-1448)의 최초 수도(1404-1425)였고 1863년까지 푸에르테벤투라의 수도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 분지에 위치해 있는 모습에서 왜 여기가 수도로 정해졌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자연적 방어를 갖춘 내륙과 비옥한 계곡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  

 

 

1410년 세워진 푸에르테벤투라 최초의 성당이다. 프랑스 고딕식이다. 1593년 해적의 공격으로 파괴된 후 복원되었다. 종탑은 원형 그대로다.     

 
조그만 시골 동네 같은 역사적 도시 베탄쿠리아를 뒤로 하고 이제는 오르막 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간간히 바람개비 같은 풍차가 눈에 띈다.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 역할을 한다.

 
산 중턱에 전망대가 나온다. 해발 338미터에 있는 라스페니타스(Las Peñitas) 전망대다. 우뚝 솟은 봉우리는 해발 526미터인 라무다(La Muda)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이 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져 있다. 초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막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다. 지하로 흐르는 물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19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댐이 만들어졌다. 이날은 황토물이 고여 있다.

저수지를 보고 있는데 전망대 난간 밑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만 시야에 들어오더니 차츰차츰 바위와 움직이는 것의 색깔이 구별되자 엄청난 숫자로 여기저기에서 몰려온다. 

 

사하라, 모르코, 카나리아 제도 등에 분포되어 있는 바르바리땅다람쥐(Barbary ground squirrel)다. 아열대 또는 열대 지역의 건조 관목, 온대 초원 혹은 암반 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몸은 회갈색이나 적갈색을 띠고 꼬리는 검은색과 회색이다. 등에는 흰색 줄무늬가 있다. 굴 속에서 집단으로 모여 산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땅콩이나 해바라기씨 등 먹이를 준다. 이에 익숙해진 다람쥐들이 우리가 나타나자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안내문에 충실한 우리가 너무 야속하겠지...

고개를 향해 올라가니 정상에 또 다른 전망대가 우릴 맞이한다. 해발 426미터에 있는 리스코델라스페냐스(Mirador del Risco de las Peñas) 전망대다. 여기가 행정구역의 경계를 이룬다.  

 

산중턱 흰색 점선이 우리가 조금 전 올라온 도로다. 이 전망대 주위에도 엄청난 수의 다람쥐가 노닐고 있다.  

 
벼랑길 같은 가파란 산도로를 자전거로 타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저 멀리 높이 솟아 있는 세 봉우리 산이 보인다. 해발 690미터인 카르돈(Cardón) 산이다.

 
저 꼭대기에 한번 올라가고 싶다. 행여나 저기를 등산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여기 카르돈 등산 관련 안내 사이트를 알린다.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는 산악지대를 벗어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남부 지방의 휴양지 코스타칼마(Costa Calma)다. 이름 그대로 "고요한 해변"이다. 한디아(Jandía) 반도의 시작점이다. 1970년대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유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해수욕장 중 하나인 소타벤토(Sotavento) 해수욕장이 코스타칼마 바로 옆에 있다. 특히 썰물 때 드러나는 황금빛 폭넓은 모래사장과 얕고 큼직한 석호가 소타벤토의 명성을 여실히 입증해 준다. 해수욕장은 남북으로 9킬로미터 뻗어 있고 해변 언덕은 주로 모래사막이다. 우리는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이 해수욕장이 무엇으로 유명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바로 서핑이다.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경기뿐만 아니라 연습하는 데에도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서핑은 하지 못하니 대서양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겨본다. 10월 하순 늦은 오후라 바닷물이 다소 차다.    

 

저녁 노을이 서서히 북동쪽 하늘을 장식하려고 할 때 즈음 우리는 코랄레호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FV-2 도로를 탄다.   

 

이날 일정에는 돌아오는 길에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에 제일 가까운 곳인

엔탈라다 등대

(Faro de la Entallada) 구경이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이렇게 해서 섬의 북부 끝에서 남부까지 두루 둘러보았다. "좀 더 아침 일찍 출발했더라면 돌아오는 길에도 여러 명소를 볼 수 있었을 텐데"라고 식구 모두 무척 아쉬워했다. 푸에르테벤투라 일주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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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이 글은 한국에서는 여행하기 힘든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 다녀온 초유스 가족여행의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코랄레호 해변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무엇이 돌아가는 소리가 바람따라 점검 크게 들렸다. 무엇일까 궁굼해 소리를 따라 가보았다.

 

소리의 진원지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바람개비였다. 한 두 개가 아니라 나뭇가지마다 바람개비가 매달려 있었다. 바람개비를 만들어 놀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지명에 딱 어울리는 장식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는 '강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에 산다면 빈 플라스틱병을 모아서 바람개비나무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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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잠시라도 머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 그곳에서 같거나 유사한 것을 찾아도 신기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을 찾아도 신기하다. 이번에 우리 가족은 스페인령인 북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로 여행갔다.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 섬에서 가장 큰 휴양도시인 코랄레호(Corralejo)에 일주일 동안 살았다. 코랄레호는 특히 모래언덕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에메랄드색 해변이 으뜸이다.

 

거주하는 도심에서 이 해변까지는 걸어서 4-5km이다.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나는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무조건 걷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추억거리를 만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이 해변에서 돌아오는 길에 거리 담장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담장마다 한 곳에 네모난 설치물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무엇일까? 열려져 있는 설치물에 다가가보니 계량기였다. 수도 계량기와 전기 계량기가 담장 외벽에 설치되어 있었다.

 

"우와! 정말 좋은 생각이네!"
종종 수도, 전기, 가스 검침원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 검침원을 사칭해 집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훔치거나 기타 몹쓸짓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만약 스페인 푸에르테벤투라 섬에서처럼 계량기를 건물 담장 외벽에 설치해놓는다면 이런 불법행위는 쉽게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검침원이 집안에 주인이 있든 없든 검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에는 전기 계량기는 공용복도에 있고, 가스와 전기 계량기는 집안에 있다. 예전에는 매달 검침원이 집안으로 들어와 검침해 사용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요즘은 거주자가 스스로 검침해 사용료를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낸다. 
가끔 검침원이 불시에 찾아와 자기 검침 정확성 여부를 확인한다. 이때에도 우리는 경계심을 놓지 않는다. 자녀가 혼자 있을 때에는 어떤 검침원이 찾아오더라도 절대로 문을 주지 말고 "지금 부모님이 집에 없으니 다음에 오라고 해라"고 신신 당부한다. 
코랄레호에 산다면 굳이 이렇게 자녀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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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테벤투라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7개 섬들 중 하나로 가장 오래된 섬이다. 테네리페 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아프리카 해변에서 서쪽으로 8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면적은 1,660평방킬로미터이고, 인구는 7만5천명이다. 일명 “낙원의 섬”이다. 푸에르테벤투라는 강풍, 대모험 혹은 대행운을 의미한다. 2009년 유네스코가 생물권보호구(Biosphere reserve)로 지정했다. 

 

 

연중 맑은 날이 320일이다. 바닷물이 깨끗할 뿐만 아니라 수면온도가 겨울철엔 18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여름철엔 22도이다. 푸에르트벤투라 연강우량은 147밀리미터로 10월에 가장 많이 비가 온다. 23일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는데 다행히 아직 비를 맞은 적이 없다. 

 

이 휴가지로 선택한 코랄레호는 이 섬에서 가장 큰 휴양도시이다. 란사로테 섬으로 가는 관문이다. 코라레호의 으뜸은 사막을 연상시키는 모래언덕이다. 24평방킬로미터의 이 모래언덕은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여기 모래의 생성은 사하라 사막과 거의 비슷한 시기이다. 차이점은 코랄레호 모래는 조개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바닷물 색깔이 아주 이국적이다. 

 

 

썰물 때 바닷속에 숨은 현무암이 검은 모습을 드러낸다. 7킬로미터 이어지는 모래 해변 곳곳에는 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있을 법한 해상안전요원이 없다. 해수욕 안전은 각자의 책임이다. 거센 파도에 밀려 해변가 바닷속 바위에 부딪칠 수도 있다. 이 또한 개개인의 유의사항이다.

 

이 모래언덕 해수욕장에서 가장 신기하게 다가오는 것은 다름 아닌 현무암 돌로 쌓아놓은 벽이었다. 요새의 성벽이나 어린 시절 동해안 해변에서 자주 본 군사시설인 해안초소를 딱 떠올리게 했다. 한 두 개가 아니라 해변을 따라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이 작은 현무암 돌벽의 용도는 무엇일까?

 

 

이날 해변에 놓아둔 옷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니 그 용도를 알아내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었다. 바로 푸에르테벤투라가 뜻하는 대로 강풍으로부터 일광욕객들을 보호하고자 만든 것이다.

 

이 요새는 선점하는 사람이 임자다. 그런데 텅 비어 있는 요새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는 해변에서 바람 속 한적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이 현무암 요새에서 옷을 다 벗은 노부부 한 쌍이 서로 손 잡고 나와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여기가 일명 “낙원의 섬”인가……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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