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9. 9. 07:29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 곧 2주가 된다. 학교에 갔다오면 남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1 순위이다. 어제도 남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집 식탁모임을 즐겁게 했다.

"아빠, 오늘 '가'(익명)가 얼굴이 빨게졌어."
"왜?"
"내가 먼저 스카이프(skype)와 페이스북(facebook) 아이디를 물었는데 얼굴이 빨게지는 것이 다 보였어."
"'가'가 누군데?"
"새로 전학온 친구야."
"그런데 너는 지금까지 '나'가 좋다고 했잖아."
"하지만 '나'보다 '가'가 조금 더 좋은 것 같아."
"'나'는 좀 심술궂어. 내가 걸어가면 발로 걸어서 넘어지게 해."
"그럴 때에는 아빠가 재키찬이라고 해."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나를 보면 동양무술을 잘 하는 재키찬으로 오해한다.)
"다 그렇게 아빠를 재키찬이라고 불러."

"그런데 너는 요즘 너무 남자친구에 관심을 가진다."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좋아하는 것이니까 괜찮아. 또 학교에 가고 싶다."
"'가'는 공부를 잘해?"
"영어를 잘해."
"너보다도?"
"비슷해. 오늘 영어시간에 같이 앉았어."

이번에 전학온 남자아이를 경계하지 않고 먼저 말도 걸고 해서 얼굴까지 빨갛게 한 딸아이가 너무 당돌해 보인다. 저녁 무렵 '나'가 스카이프로 딸에게 "너 예쁘더라."라고 쪽지를 보내왔다.

'가' 때문에 '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 '나'로부터 이런 칭찬을 들으니 갑자기 딸은 혼선에 빠진 듯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알아챘는지 딸아이의 여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가 나에게 쪽지를 보냈어."라고 딸아이가 생각없이 말했다.
"뭐라고?"

이 순간 딸아이에게 여자친구에게 말하지 말 것을 권했다.
"사생활을 다 친구들에게 말하지 마라. 그러면 소문이 다 퍼져 너에게 안 좋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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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궁금하다!"라고 여자친구가 독촉했다.
"내 아빠가 허락하지 않아서 말할 수가 없어."
 
초등 3학년에 너무 빠른 것 같아 우려스럽지만 이런 주제라도 가족간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좋기도 하다.
"너는 자라면 한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등 남자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으니 지금 학급에 있는 남자친구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마라."
"알았어. 하지만 가까이 있는 친구가 더 좋잖아!"

* 관련글: 초등 3학년생으로 훌쩍 커버린 딸아이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