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에선 최근 애견이 사람을 무는 사건 빈발해… 위험한 개의 소유 및 확산 금지 법안도 준비 

빌뉴스=글·사진 최대석/ 자유기고가 chtaesok@hanmail.net

최근 리투아니아는 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가 사람을 물어 큰 상처를 입히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애견이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지난 5월27일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항구도시이자 3대 도시인 클라이페다에서 일어났다. 미국산 피트불 테리어가 9개월 된 여자 어린이를 물어 숨지게 한 것이다. 어린이의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멀리 노르웨이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며, 곧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비보를 접하게 돼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더구나 어린이를 문 개는 부모가 애지중지하면서 태어날 때부터 6년 동안 기른 개였다. 


사진/ 애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리투아니아 아이들. 최근 개에 물려 9개월 된 여자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9개월 된 여자 어린이 숨져 

사고 당일의 모습은 이랬다. 그날 아침 할머니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밥을 먹이고 있었다. 주위에는 개가 거닐고 있었다. 손녀는 무심코 빵 조각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빵조각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순간, 옆에 있던 개가 아이의 목덜미와 머리 뒷부분을 물었다. 할머니가 고함치며 개를 손녀로부터 떼려고 애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개는 꽉 문 입을 열지 않았다. 부엌문으로 개를 세게 짓누르자 그때서야 손녀를 놓아주었다. 할머니의 애타는 도움 요청에 이웃 주민들이 몰려왔고, 구급차도 도착했다. 하지만 손녀는 이미 거친 숨을 멈춘 뒤였다. 

‘누아라스’ 동물보호센터 직원들도 급히 출동해 개에게 수면제 주사를 놓았다. 마취에서 깨어난 뒤 개의 이상증세를 발견할 요량으로 개 보호소에 데려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개는 깨어나지 못했고 다음날 죽은 채 발견되었다. 당사자는 물론 이웃사람들도 이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사고를 낸 개는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냈고 어린이들도 잘 돌봐왔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울 때는 가까이 달려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위로해주기도 했다. 개를 잘 알고 있던 한 이웃사람은 이 기이한 현상을 축적된 우울증과 시기심이 한순간에 폭발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1년 전 자신을 몹시 아껴주던 할아버지가 사망하자 우울해졌고, 이어 할머니가 손녀에게 더 관심을 보이자 시기심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투아니아에서 피트불 테리어가 사람을 공격해 상처를 입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9살짜리 어린이의 다리를 물어 중상을 입힌 적도 있다. 4년 전에는 학교로 가던 10살 어린이를 물어 머리·얼굴·사지 등에 중상을 입혔다. 이 개는 곧이어 18살 아가씨와 그를 구하고자 달려든 아버지를 물었다. 나중에는 자신의 주인까지 물어 결국 동물병원에 실려갔다. 이처럼 최근 개가 사람을 무는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자 개 공포심이 리투아니아 전역을 감싸고 있다. 빌뉴스에서는 5살 어린이가 옆집 개에게 심하게 물려 다리뼈가 부러지고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얼마 뒤 파네베지스에서는 같은 5살 어린이가 언니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개에게 공격당해 코와 윗입술이 심하게 뜯겼다. 긴급 출동한 의료인들이 뜯겨나간 부분을 찾았으나 허탕을 쳤다. 알고 보니 개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던 것이다. 그 개는 그날 저녁 집주인에게 사살당했다. 

개 호텔은 문전성시 

사진/ 리투아니아에서는 재갈이 물려지지 않은 개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플룽게에서는 한 남자 어린이가 개의 공격을 받아 거의 죽다시피했다. 카우나스에서는 아주 온순한 개가 주인의 78살 어머니 손을 물어 심한 상처를 입혔다. 그는 평소 개에게 자주 밥을 주었고, 개도 그를 잘 따랐다. 사고 당일 개에게 고기 뼈다귀를 주기 위해 가까이 가는 순간, 바람이 세게 불어 뼈다귀가 담긴 봉지가 땅에 떨어졌다. 이것을 주우려는 찰나 개가 손을 문 것이다. 

이처럼 평소 친근한 애견이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자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개에 대해 경계심을 넘어 공포심마저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특히 다소 사나운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가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를 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개주인들은 자신의 애견을 집에서 기르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클라이페다에 위치한 개 호텔인 ‘누아라스’에는 개를 맡기러 온 사람들이 평소보다 다섯배나 늘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개주인들은 그동안 온갖 정성을 쏟아 길러온 개들을 맡기면서 눈물을 흘리며 생이별을 하고 있다고 ‘누아라스’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실제 이상의 과장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극적인 사건은 흔히 개보다는 주인의 잘못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개의 행동은 대개 주인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2001년 5월 위험한 개의 소유·이동·판매·조련·사육 등에 관한 법을 새로 도입했다. 이 법에 따르면 개 소유자는 관할 관청에 등록해야 하고, 내무부에서 마련하는 교육강좌를 이수해야 하며, 개 등록증과 예방주사 확인증을 항상 소지해야 한다. 특히 위험한 개를 집에서 기르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등록되지 않은 위험한 개의 소유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진/ “오랫동안 우리 도시를 더럽히는 것을 그냥 내버려둘 것인가?”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이 도심 개 배설물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문제는 가령 클라이페다에는 약 3천 마리의 애견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등록되어 관찰을 받는 개는 681마리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거리에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개라도 광견병 유무를 알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개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개 등록비가 10리타스(약 4천원)이고, 달마다 맞혀야 하는 예방주사비가 5리타스(약 2천원)다. 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개주인들은 등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탓에 클라이페다에서는 평균적으로 연 300여명이 개에 물려 병원치료를 받는다. 

도심은 개 배설물 천지 

일반적으로 개 소유자는 벌금만 물고 극소수 피해자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의원인 알로이자스 사칼라스는 현재 법안 수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리투아니아에 위험한 개의 소유 및 확산을 전적으로 금지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재갈을 물리지 않고 맹견을 산책시키는 주인에게 중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개 공격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개 등록비를 독일처럼 개의 위험성 정도에 따라 차등으로 물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른 한편 개 배설물 처리도 골칫거리다. 위험한 개를 관리하는 문제와 더불어 개 배설물 처리 문제도 점차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녹지대가 많은 도심에 개주인들이 개똥을 그대로 방치해놓아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주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의 파리처럼 개 화장실을 따로 두든지, 체코 프라하처럼 개똥 전용 쓰레기통을 설치하지는 못할지라도 개주인들이 책임지고 배설물을 수거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 이 기사는 한겨레21 제469호 2003년 7월 23일자로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