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9. 9. 06:07

9월 1일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큰 딸 마르티나가 남자친구 없이 지낸 지가 발써 한 달이 되었다. 2년부터 사귀어오던 남자친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국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기 때문에 이들 둘이는 당분간 생이별을 하게 된 셈이다.

인터넷이 없는 시대라면 편지로 주고받으면서 사귐을 지속했을 것이만, 지금은 화상채팅 등으로 실시간으로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있다. 먼 거리에 있지만 마치 서로 옆집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애절한 기다림의 맛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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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떠난 남자친구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낯선 도시이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에서도 좋은 대학교를 진학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영국을 떠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립심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 성년이 되었으니,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그는 신문돌리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하루 1시간 일주일 6일을 일해서 30파운드(6만 2천원)를 번다. 그리고 까페를 찾아가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더니 시간당 5파운드(만원)에 일하게 되었다. 이 수입으로 방 하나 월세값을 내고, 식사비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생이 낯선 나라에서 이렇게 손수 아르바이트를 구해 스스로 학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대견함과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마르티나도 그를 따라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한다.

마르티나의 남자친구가 영국에 있으니까 우리집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빌뉴스에 있었을 때 마르티나는 그와 같이 시간을 보내느라 늘 집에 늦게 돌어왔다. 그래서 딸의 귀가시간 문제로 우리집에는 크고 작은 말다툼이 자주 일어났다.

마르티나의 "내 인생이야!"이라는 주장과 부모의 "만 18세까지는 부모가 보호한다"라는 주장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곤 했다.
 
남자친구가 영국으로 가버리자 마르티나는 집에 늦게 돌아올 근본적인 이유가 사라졌다. 더군다나 그와 화상채팅을 시작하는 시간이 저녁무렵이다. 그래서 마르티나는 학교를 마치면 대부분 곧장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가족 구성원간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리고 큰 딸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도 많이 생긴다. 같이 있었을 때도 그렇게 가족을 배려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보니 딸아이의 남자친구가 가까이 없으니 우리 가족이 더 화목해진 것 같다. 아뭏든 이 둘의 좋은 인연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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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