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9. 11. 10:41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목조 아파트 수리를 대대적으로 했다. 낡은 집이 최신식 새 집으로 둔갑했다. 수리를 하면서 뜯어낸 목재들을 지인이 땔감으로 가져가겠다고 해서 텅빈 차고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하지만 최근 이 지인은 목재 옮기기가 수고스러운지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다. 목재를 어떻게 처리할까 무척 고민되었다. 건축자재로 다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 가져갈 사람을 다시 찾든가 아니면 공중 쓰레기통에 버리든지 해야 한다.

"여보, 그냥 가져갈 사람을 찾는 광고를 인터넷에 내봐!"
"당신은 생각하는 것이 너무 순진해. 행여 땔감으로 가져갈 사람이 있다면 가난한 노인일 것 같은데 인터넷을 누가 보겠나?!"
"그럼, 어떻게 해?"
"당신이 조금씩 쓰레기통에 옮겨 놓으면 지나가다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을 거야."

"목재를 그렇게 쓰레기통에 함부러 버려도 되나?"
"되겠지 뭐."
"그럼, 이웃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하자."

목조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웃에게 물어보니 자기들도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확실한 해결책을 얻은 아내는 미소를 지었고, 옮겨야 하는 남편은 울상을 지었다.

"여보, 난 아파트 청소할 테니까 당신은 목재를 쓰레기통으로 옮겨! 알았지?"

가져갈 사람이 편하도록 목재를 끈으로 묶었다. 첫 번째 묶음은 수월하게 옮겼다. 두 번째 묶음은 좀 힘들었지만, 임무를 완수했다. 그리고 세 번째 묶음을 만드려고 팔이 거의 닿지 않는 목재를 잡으려고 했다. 그 순간 허리 느낌이 이상했다. 통증이 조금씩 생기더니 점점 심해졌다. 참고 일을 계속 해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아내가 청소하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태산처럼 보였다.

"더 이상 일 못하겠다. 허리통증 때문에."
"당신 꾀부리고 있지?" (지금껏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도 허리 아프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야. (얼굴을 찡그리면서) 정말 아파!"
"하하하!!! 우습다!"
"놀리지 마! 정말 아파! 집에 가서 누워야겠다." (그리고 아내 웃음이 계속되면 버럭 화를 낼 기세이다.)

남편이 허리 아프다고 하면 불쌍해서 울어야 할 판에 왜 아내는 웃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그린 "우리 가족"

사연은 이렇다. 아내는 여러 해 동안 허리가 아프다. 피아노 교사들이 흔히 갖는 병이라고 한다. 수시로 허리 안마를 부탁한다. 매번 정성껏 안마를 기꺼이 해주어야 마땅하나 초지일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종종 아내는 서운해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 허리 아프다고 하니 "잘 됐다. 고소하다. 이제야 내 심정을 이해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웃었던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일어서기도 힘들고,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다. 지천명의 나이를 곧 앞두고 이런 허리통증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런 아픔이 지속된다면......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내는 계속 킥킥거렸다.

"당신, 걱정하지마. 내가 간호 잘 해줄께. 이러다가 푹 쉬고 약바르면 좋아질 거야."

화요일은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 덕분에 아내가 침대로 가져다 주는 점심과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수요일 저녁무렵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허리를 구부리거나 걸을 때 통증이 남아있다.

이번에 겪은 허리통증은 아내의 허리통증을 끝까지 이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제 우리 부부는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허리 안마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대로 안마를 해야 할 판이다. 이러다 보면 통증은 줄어들고, 사랑은 늘어날 것으로 확실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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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