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10. 21. 10:12

아내는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친다. 보통 한 아이를 맡으면 약 5-7년 내내 일대일로 피아노를 가르친다. 음악학교는 방과 후 개인별 교육과정이라 학생들간 유대감은 일반학교보다 떨어진다. 그리고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교사와 학생간 정도 그렇게 끈끈하지 못하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 중 아내에게 종종 안부 전화를 하는 제자들이 있다. 이들 중 두 사람이 최근 우리 집을 방문했다.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는 남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친구간이라도 그렇게 흔하지가 않다. 아침부터 아내는 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 거실을 가지런히 정리했고, 오면 대접할 차나 커피와 다과를 준비했다. 이들이 도착하자 아내와 함께 현관문에서 맞았다. 남녀 한 쌍인 이들은 현재 연인이다. 여자 제자는 시모나는 빌뉴스에서 대학교을 다니고, 남자 제자는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직장에 다닌다. 아내는 거실에서 이들과 서너 시간을 아주 재미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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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돌아가자 아내는 마치 녹화중계 하듯이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들은 특히 지금 살고 있는 영국과 살았던 리투아니아를 비교했다. 그 중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영국 경찰은 정말 친구 같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경찰을 만나면 그들이 무엇인가 (합법적으로) 빼앗아 갈 것 같아 늘 긴장감과 경계심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에서 만난 경찰들은 늘 무엇인가 도와주려고 한다. 비상사태 발생 시 이들의 출동은 리투아니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두 나라 대학생활 비교는 이렇다. 리투아니아 대학 수업은 대부분 고리타분한 이론 중심이지만, 영국은 실습과 토론이 주를 이룬다. 즉 이론은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이를 활용하는 실습을 한다. 그는 현재 경영학을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이 조를 짜서 교수에게 상품을 파는 실습을 한다. 가장 많이 파는 조나 사람이 가장 높은 학점을 받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 구성원간 합력과 판매 전략과 기술 등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아쉬운 점은 영국 대학에서는 동기생이라는 유대감이 리투아니아보다 적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은 같은 동기생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영국에는 그런 맛이 없다. 마치 수업을 듣기 위해 직장가는 기분이 든다. 수업 끝나면 각자 생활 공간으로 직행한다.

영국에서 이방인이 뿌리내리기는 힘든다. 하지만 능력 있고, 영어를 잘 하면 길은 항상 열려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내는 고등학교 2학년인 큰 딸 마르티나의 영국 대학교 진학 희망을 적극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내의 제자들 방문은 우리 가족에 좋은 계기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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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