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11. 23. 07:10

외국에 나가 사는 한국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화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한국 명절 때 식구들이 모여 즐겨 놀던 놀이도구였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있는 우리 집에는 한국인이 한 명이라 화투가 쓸모가 없었다. 그래도 윷놀이 도구와 함께 화투가 서랍 한 곳을 늘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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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화투를 배워 화투놀이 전도사가 된 마르티나

그런데 2008년 가족 모두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때 아내와 큰 딸이 화투가 재미있다면서 배웠다. 이때부터 화투는 큰 딸 방으로 이사했다. 여름방학 때 큰 딸은 화투를 손가방 속에 넣어다녔다. 호숫가나 공원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화투를 쳤다. 유럽인들에게 화투 놀이의 전도사가 된 셈이다.

요즘 리투아니아는 오후 4시면 어두워진다. 그리고 아침 8시가 되어야 밝아진다. 방안 전등불 속에서 한참을 보내다가 자야 될 시간일 것 같아 시계를 쳐다보면 겨우 오후 8시-9시이다. 이런 긴긴 밤에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뜨게질을 하거나 카드놀이 등을 한다.

우리 집에는 손님 한 명 와 있다. 다른 도시에서 일주일간 빌뉴스로 파견근무 나온 친척이다. 긴긴 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아내는 화투놀이를 권했다. 식구 모두가 좋아했다. 작은 딸 8살 요가일래도 놀려고 했다. 그래서 아빠와 한 짝이 되어라고 엄마가 말하자, 요가일래는 혼자 하겠다고 우겨대었다.

"너 화투칠 줄 알아?"
"알아!"
"어떻게 배웠니?"
"지난 여름방학에 언니가 가르쳐주었지."
"이잉~~~~~!"
 
그렇게 우리 식구 여자 세 명과 친척 한 명이 민화투를 쳤다. 친척은 난생 처음 화투 놀이를 접했다. 처음에는 가르쳐주기 위해 손에 들은 자기 패를 모두 공개한 상태에서 화투를 쳤다. 청단, 초단, 홍단 점수 없이 쳤지만 모두 재미있어 했다. 이날 요가일래는 제일 많이 이겼다. 이에 자신을 얻은 요가일래는 다음 번에는 돈내기 화투를 칠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생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갑이 두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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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치는 사람이 있어 화투패를 공개하고 치는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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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척의 화투패를 찍자마자 딸아이 요가일래는 사진을 보여달라고 졸라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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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화투놀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요가일래는 다음 번에는 돈내기 화투를 치자고 했다. ㅎㅎㅎ

이렇게 화투는 낯선 유럽의 가정에서도 놀이도구로 빛을 내고 있다. 형제간 혹은 친구간 우의에 금내기, 가정파탄 등의 주범으로 화투가 종종 등장하지만, 활용여하에 따라서 이렇게 화투는 아주 좋은 즐겁게 시간보내기 도구임을 느끼게 한다. 우리 집에서 화투놀이를 해본 사람들 중에는 다음에 한국가면 화투를 선물로 달라고 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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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