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9. 12. 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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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2월 7일자 "천재 대신 좋은 음악가로 불리고 싶다" 기사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한국에서 순회연주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사라 장은 자신에게 붙어다니는 수식어 '천재'나 '신동' 대신에 '좋은 음악가'로 불리고 싶은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4년 전 사라 장의 연주를 듣고 직접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빌뉴스는 1997년부터 매년 5월말부터 6월말까지 빌뉴스 음악축제를 개최한다.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이 축제에는 리투아니아와 외국의 저명한 음악가들이 참가해 수준 높은 연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 2005년 당시 밝은 미소로 한인들을 반기는 사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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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뉴스 필하모니에서 연주하는 사라 장

2005년 6월 11일 빌뉴스 필하모니 음악당에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했다. 바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한국명 장영주)이었다. 아홉 살에 세계무대에 데뷔했고, 14살 전에 베를린 필하모니, 빈 필하모니, 뉴욕 필하모니 등 세계 3대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신동으로 불리면서 세계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킨 소녀 사라가 아닌가! 어느덧 스물다섯 살의 어엿한 성인된 모습과 연주를, 리투아니아에서 처음으로 접할 수 있게 되어 한국인 교민들의 마음도 사뭇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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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 후 사라 장과 함께 기념촬영한 한국 교민들

이날 사라는 리투아니아 젊은 세대의 지휘자 중 선두주자인 로베르타스 쉐르베니카스 지휘로 리투아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주를 했다. 1940년에 창설된 리투아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동유럽 최강의 심포니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다. 사라가 연주한 곡은 20세기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인물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협주곡 1번 D 장조 작품 19였다.

크지 않은 체구에 여전히 앳띤 소녀의 얼굴을 한 사라 장이 뿜어내는 거인의 소리는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격정적인 연주로 끊어진 바이올린 현을 이따금 강렬하게 뽑아내는 모습과 하얀 치마 속에서 종종 재빠르게 발길질을 하는 모습에서도 그의 격렬한 표현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넋은 그가 이끄는 곡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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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중의 환호에 답례하는 지휘자와 사라 장

연주가 끝나자 요란한 기립박수 대신 청중들은 오랫동안 하나같이 리듬 있는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발을 쿵쿵 구르면서 젊은 거장의 연주에 열광적으로 답례했다. 앙코르 연주 이후에도 청중들의 박수는 다섯 번이나 그를 무대 중앙으로 다시 서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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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 장이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모습에 한국 교민 모두들 흐뭇해 했다.


무대 뒤 솔리스트 대기실로 한인들 10여명이 찾아가자, 사라 장은 연주 때의 격렬한 인상과는 달리 친절하고 밝은 표정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연신 미소를 지은 얼굴로 일일이 싸인을 해주었다. 이렇게 직접 가까이에서 사라 장을 만나보니 탁월함으로 근접불가를 느끼게 하는 천재라기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순박한 이웃 사람으로 느껴졌다. 사라 장은 "유럽 순회연주의 일정으로 빌뉴스에 처음 오게 되었는데 이곳에서도 한인들을 보게 되니 너무 기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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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스도 그때 받은 사라 장의 싸인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천재 소녀에서 어엿한 여인으로 성장한 사라 장이 그날 행한 경이로운 연주는 리투아니아 애호가들에게 오래 남을 것이다. 또한 그날 교민들의 가슴은 한국인이라는 훈훈한 자부심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좋은 음악가' 사라 장의 데뷔 2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이번 한국 순회연주가 크게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