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12. 16. 07:06

며칠 전부터 초등학교 2학년 요가일래는 아파트 입구 우편함을 매일 열어보았다. 혹시나 우편으로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착했는 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며칠 전 요가일래는 정성스럽게 편지봉투에 받을 사람 주소에 우리 집 주소를 써넣었다. 그리고 직접 우표를 붙여서 학교로 가져갔다. 물어보니 학교 수업시간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고 보내는 방법을 배운다고 했다.

요즈음 같은 인터넷 시대에 이메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옛날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다소 어색한 듯 하다. 과거 한 때 성탄절과 새해를 맞아 적게는 수십장, 많게는 수백장의 카드를 구입해 직접 만년필로 축하카드를 써서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하고부터는 점점 카드수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언제 마지막으로 종이 카드를 사서 보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보내지도 않았지만, 지난 여러 동안 한 번도 받아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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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부모에게 이메일로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지난 일요일 같은 집에서 사는 큰 딸 마르티나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다. 마르티나는 남자친구와 공동으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카드를 보냈다. 이들이 보낸 카드는 바로 이메일 카드였다. 지금은 이렇게 한 지붕에 사는 식구끼리도 이메일로 카드를 보내는 시대이다.  

한편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신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써어진 우편 크리스마스 카드를 우편함에서 꺼내던 요가일래는 몹시 기분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봉투를 열고 카드를 보낸 친구 이름을 보자 갑자기 무표정으로 바꿨다.

"누가 보냈는데 그래?"
"나에게 자꾸 장난 치는 친구가 보냈어. 내가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받고 싶었는데."
"그래도 내일 학교에 가면 카드 보낸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해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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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편으로 온 크리스마스 카드를 난생 처음 받고 일고 있는 요가일래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로 축하하는 데 익숙한 우리 집에 이렇게 우편으로 날라온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은 무척 낯설어 보이지만 옛 크리스마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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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