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12. 17. 06:23

일전에 '혁대 없애기' 행사를 취재 촬영하려고
리투아니아의 한 초등학교 뜰을 간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뭉쳐서 건물 밖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마주보는 앞에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낯선 동양인을 발견하자,
이들은 하나 같이 지나가면서 "니하오!"를 외쳤다.
이방인을 보니 재미 삼아 인사한 듯 했다.
이들이 외친 "니하오"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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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하오"를  외친 학생들 사이에 있는 초유스

1990년 처음 동유럽에 와서 여러 해 동안 많은 나라를 방문했다.
그때 특히 지나가는 학생 무리를 만나면 종종 인사를 받게 되었다.
이들의 짧은 인삿말은 어김없이 "곤니찌와" 혹은 "사요나라"였다.
당시 이들은 여행하는 동양인을 대부분 일본 사람으로 여긴 것 같았다.
 
지금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도심 거리를 걷다가
앞에서 만나면 "곤니찌와", 혹은 뒤를 지나치면서
"사요나라"라고 자기들끼리 끼득거리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아주 가끔 "니하오" 혹은 "니하오마"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이 외친 "니하오"라는 말은 의외였다.
하기야 중국제품이 사방에 널러 있고, 수십개의 중국식당이 있는
빌뉴스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여기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한 몫한 것 같다.

1990년 서울 올림픽이 2년이 지난 뒤였지만,
이 덕분에 적지 않은 유럽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이들과 쉽게 친밀한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된 적을 생각하면
아주 근거없는 추측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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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하오"를 외친 리투아니아 초등학생들

이렇게 낯선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곤니찌와"나 "니하오"를 들을 때마다
이 인삿말 대신 "안녕"이라는 말을 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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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