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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유럽 여행객들은 가는 나라마다 새로운 화폐로 환전해야 했다.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각국 동전은 처치하기 곤란한 짐이 되기도 했다. 베테랑 여행자들은 환율이 좋은 환전소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낯선 풍경이 되었다. 현재 유럽연합(EU)의 16개국이 유로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유럽 국가들은 경제공동체와 아울러 단일통화 도입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단일통화 도입이 확정됐고, 1995년에는 단일통화 이름이 ‘유로’로 결정됐다. 유로가 정식 화폐로 도입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마침내 2002년부터 자국화폐 대신 유로가 일상생활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유럽인들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단일통화를 추구해 왔다. 바로 만국공통어 사용을 주장하는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이다.
▲ 1934년 소인이 찍힌 에스페란토 엽서 (4. 유럽 단일통화 도입을 요구하라)
"프롬유로"는 단일통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을 촉진하기 위해 유럽투자은행과 유럽위원회 등이 1990년 설립한 비영리기구다. 이 기구가 펴낸 ‘유럽을 위한 유로’라는 책자에는 1934년 9월13일자 소인이 찍힌 우편엽서가 실려 있다. 루마니아에서 발행된 엽서의 발신지는 스페인, 수신자는 프랑스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사용자)다. 에스페란토로 쓰인 이 엽서는 유럽인들에게 호소하는 열 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을 믿어라, 유럽 단일경제구역 창설을 지지하라, 유럽 의회를 대표하는 공동의회 창설을 홍보하라 등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열 가지 내용 중 네 번째 사항은 ‘공동 유럽군대 창설과 유럽 단일통화 도입을 요구하라’다.
1907년부터 공동통화 제조 유통 … 회비 내고 잡지 구입 등에 사용
에스페란토는 세계평화 실현을 목표로 폴란드인인 자멘호프가 창안해 1887년 발표한 언어다.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초기부터 만국공통어 실현과 함께 단일통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에스페란티스토들 사이에서만 통용됐으나 이미 20세기 벽두에 유럽 공동화폐를 실현했던 것이다.
▲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사용한 공동통화 "스텔로"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언어학자이자 에스페란티스토인 소쉬르의 제안에 따라 1907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스페스밀로’라는 공동통화를 제조해 사용했다. 독일 에스페란티스토인 차우나는 1921년부터 유럽 단일통화 연구에 몰두했다. 에스페란토 국제조직인 ‘세계연맹’은 기존 지폐에 이어 1959년부터 '스텔로(뜻은 별)라는 동전을 통용시켰다. 비록 에스페란티스토 사이에서만 사용됐지만 이 화폐는 회비를 내고 잡지를 구독하거나 도서를 구입하는 등 기존 화폐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유로의 아버지는 에스페란티스토
그렇다면 현재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euro)라는 이름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세계 에스페란토 협회 기관지 Esperanto 2010년 1월호는 이에 대한 글을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euro"라는 이름을 짓은 사람은 벨기에서 중학교 교사이자 에스페란티스토인 게르마인 피를로트(Germain Pirlot)이다.
▲ 세계 에페란토 협회 기관지 "에스페란토" 2010년 1월호에 실린 관련 기사 화면 촬영
그는 1995년 8월 4일 당시 유럽집행위원장인 작크 상테르(Jacques Santer)에게 새로운 유럽 통화에 "유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자라는 제안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 해 9월 18일 상테르는 피를로트에게 그의 제안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냈다. 1995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다.
유로는 단일통화로 완전히 정착되고 있지만, EU는 여전히 회원국간의 언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EU는 회원국 언어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 확대로 인해 늘어나는 통번역비 등으로 업무어수(業務語數) 축소, 또는 하나의 공용어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유로와 에스페란토는 통일성을 추구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유로는 각국의 기존 화폐를 사라지게 하고, 에스페란토는 각국의 기존 언어들을 존중하는 1민족 2언어 주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유로와 에스페란토의 차이점이다.
* 관련글: 영어 홍수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에스페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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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유럽 국가들은 경제공동체와 아울러 단일통화 도입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단일통화 도입이 확정됐고, 1995년에는 단일통화 이름이 ‘유로’로 결정됐다. 유로가 정식 화폐로 도입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마침내 2002년부터 자국화폐 대신 유로가 일상생활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유럽인들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단일통화를 추구해 왔다. 바로 만국공통어 사용을 주장하는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이다.
▲ 1934년 소인이 찍힌 에스페란토 엽서 (4. 유럽 단일통화 도입을 요구하라)
"프롬유로"는 단일통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을 촉진하기 위해 유럽투자은행과 유럽위원회 등이 1990년 설립한 비영리기구다. 이 기구가 펴낸 ‘유럽을 위한 유로’라는 책자에는 1934년 9월13일자 소인이 찍힌 우편엽서가 실려 있다. 루마니아에서 발행된 엽서의 발신지는 스페인, 수신자는 프랑스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사용자)다. 에스페란토로 쓰인 이 엽서는 유럽인들에게 호소하는 열 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을 믿어라, 유럽 단일경제구역 창설을 지지하라, 유럽 의회를 대표하는 공동의회 창설을 홍보하라 등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열 가지 내용 중 네 번째 사항은 ‘공동 유럽군대 창설과 유럽 단일통화 도입을 요구하라’다.
1907년부터 공동통화 제조 유통 … 회비 내고 잡지 구입 등에 사용
에스페란토는 세계평화 실현을 목표로 폴란드인인 자멘호프가 창안해 1887년 발표한 언어다.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초기부터 만국공통어 실현과 함께 단일통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에스페란티스토들 사이에서만 통용됐으나 이미 20세기 벽두에 유럽 공동화폐를 실현했던 것이다.
▲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사용한 공동통화 "스텔로"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언어학자이자 에스페란티스토인 소쉬르의 제안에 따라 1907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스페스밀로’라는 공동통화를 제조해 사용했다. 독일 에스페란티스토인 차우나는 1921년부터 유럽 단일통화 연구에 몰두했다. 에스페란토 국제조직인 ‘세계연맹’은 기존 지폐에 이어 1959년부터 '스텔로(뜻은 별)라는 동전을 통용시켰다. 비록 에스페란티스토 사이에서만 사용됐지만 이 화폐는 회비를 내고 잡지를 구독하거나 도서를 구입하는 등 기존 화폐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유로의 아버지는 에스페란티스토
그렇다면 현재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euro)라는 이름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세계 에스페란토 협회 기관지 Esperanto 2010년 1월호는 이에 대한 글을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euro"라는 이름을 짓은 사람은 벨기에서 중학교 교사이자 에스페란티스토인 게르마인 피를로트(Germain Pirlot)이다.
▲ 세계 에페란토 협회 기관지 "에스페란토" 2010년 1월호에 실린 관련 기사 화면 촬영
그는 1995년 8월 4일 당시 유럽집행위원장인 작크 상테르(Jacques Santer)에게 새로운 유럽 통화에 "유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자라는 제안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 해 9월 18일 상테르는 피를로트에게 그의 제안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냈다. 1995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다.
유로는 단일통화로 완전히 정착되고 있지만, EU는 여전히 회원국간의 언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EU는 회원국 언어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 확대로 인해 늘어나는 통번역비 등으로 업무어수(業務語數) 축소, 또는 하나의 공용어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유로와 에스페란토는 통일성을 추구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유로는 각국의 기존 화폐를 사라지게 하고, 에스페란토는 각국의 기존 언어들을 존중하는 1민족 2언어 주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유로와 에스페란토의 차이점이다.
* 관련글: 영어 홍수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에스페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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