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3. 28. 10:41

어제 오후 내내 리투아니아 시각으로 저녁 7시 30분 시작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볼턴 원더러스 경기를 기다렸다. 혹시나 잊어버릴까봐 자명종까지 맞추어놓았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맞대결을 기대하면서 경기를 시청했다. 볼턴의 이청용은 선발로 출장했지만, 박지성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많이 아쉬웠다.

맨유가 볼턴의 자설골로 첫골을 얻자 박지성이가 이청용에게 한 "자살골 부탁해"라는 농담이 떠올랐다. 전반전을 집중해서 시청한 후 휴식시간에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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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누군가 복도에서 우산을 쓰고 앉아있었다. 말할 필요 없이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였다. 큰 마분지 상자를 깔고 있었다. 옆에는 리투아니아어로 "1리타스 여기로 넣으세요. 돈이 없어요."라는 쪽지와 돈통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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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리타스 여기로 넣으세요. 돈이 없어요."

이잉~~~ 딸아이가 구걸 행각을 벌이고 있다니!!!! 그런데 우산 속으로 들어다보니 더 가관이다. 요가일래는 닌텐도 게임을 놀고 있었다.

"야, 걸인이 닌텐도를 가지고 놀면 누가 돈이 없다고 돈을 주겠니?"
"아빠, 그냥 기다리면 너무 심심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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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기발한 놀이에 호응하고자 동전을 넣어주었다. 이렇게 요가일래는 별난 놀이로 아주 짧은 시간에 손쉽게 3리타스(약 1500원) 수입을 올렸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행인이 나머지 식구 세 사람인 것이 아쉬운 듯했다. 하지만 이는 아빠의 하루 블로그 수입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아빠보다 더 좋은 수입을 올린 딸아이가 부러웠던 토요일이었다. 다음엔 어떤 놀이를 생각해 용돈을 벌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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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