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0. 6. 23. 06:36

농구가 제2의 종교라 여기는 리투아니아에서 축구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집은 좀 다르다. 리투아니아인 아내 집안에 리투아니아 축구 대표선수가 2명이나 뛰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국제경기는 친척이 모여서 보거나 서로 연락을 해서 보라고 권장도 한다.

한국과 나이지리아전이 열리기 전 6월 22일 아내는 전화 돌리기에 바빴다. 리투아니아 국영 텔레비젼은 두 채널을 가지고 있다. 주 채널에서 아르헨티나와 그리스 경기를 중계했다. 그리도 채널 2에서 한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중계했다. 대부분 주 채널을 보기 때문에 채널 2에서 중계를 해주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6월 22일 딱 하루만 50%로 할인으로 판 포도주를 사와서 마시면서 아내와 경기를 시청했다. 경기결과를 보면 마치 한국과 나이지리아전 한국 승리를 예견하는 할인인 듯하다. 이날 경기가 16강 진출에 아주 중요한 경기이므로 기도하는 심정으로 경기 시청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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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두리의 수비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는 장면

경기 시간이 지나갈 수록 아내의 말수가 더 늘어났다.
"왜 저 쪽으로 공을 주지 않나?"
"빈 공간으로 공을 주어야지."
"왜 뒤에서 재빨리 달려오지 않아!"
"선수교체 빨리 해야 돼!."
"제기랄!"
"빨리 집중방어를 해야지."
"오, 신이 도왔다."
"한국 선수들은 공을 잡자마자 빼앗긴다."
"공을 어느 정도 잡고 앞으로 돌파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한국 선수들은 골문 가까이에 와서 슈팅도 못하고 오히려 뒤로 다시 공을 돌린다."
"빠른 역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린이도 하지 않을 실수를 하고 있다. 젠장!!!" (교체해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김남일 선수가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 선수 뒷다리를 걷어차는 순간에)

이상은 경기를 시청하면서 아내가 쏟아낸 말들이었다. 한국인 실수를 할 때마다, 나이지리아가 위협적인 공격을 할 때마다 아내는 한국을 질책하기에 바빴다. 한국이 꼭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때론 얄미웠다.

"당신, 자꾸 속 터지지 말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경기를 시청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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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전의 반복 장면 - 이정수의 동점골

2대2에서 마지막 경기 순간까지 가슴 조아리게 아내와 경기를 시청했다. 아르헨티니아가 그리스를 이기고, 한국이 무승부를 했다.

"나이지리아가 오늘 운이 없어서 한국이 이겼다!"라는 아내의 마지막 평에 뭐라고 대꾸를 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제 16강에 올랐으니 첫 그리스전처럼 한국이 세계에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기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아뭏든 한국의 성공적인 16강 진출이 아내의 속터짐을 땜방질해주어서 기쁘다. 남편이 한국인이라서 한국을 욕하면서도 응원하는 유럽인 아내가 귀엽기도 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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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