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0. 1. 08:36

9월 초순 우리 가족의 화두는 초등 3학년생이 된 요가일래에 무슨 과외를 추천할 것인가였다.  "아빠, 나 달리기 하고 싶어."

"달리기는 굳이 과외를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도 배우면 좋지."

"너 노래가 전공이니 춤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엄마가 말했다.
"춤은 싫어."

어느 날 학교에서 다녀온 요가일래는
"아빠, 나 탁구 배울래. 학교 강당에서 배울 수 있어. 나 한국사람이니까 탁구를 잘할 거야."

아이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학교에서 마련한 강좌였다. 외부 교사가 와서 지도한다. 일주일에 두 번 배우고 한달 비용은 65리타스(약 3만원)이다.

"아빠, 한국에서 사온 탁구 라켓 어디에 있어?"
"네모난 라켓이라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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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라켓에는 펜홀더(penholder)와 쉐이크핸드(shake hands)가 있다. 쉐이크핸드는 유럽을 대표하는 라켓이고, 팬홀더는 아시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라켓이다. 딸아이가 말하는 네모난 라켓은 펜홀더 라켓이다.
 
대학생활 중 친구들과 자주 탁구를 쳤다. 유럽에 살면서도 종종 탁구를 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라켓이 쉐이크핸드라 익숙하지가 않았다. 유럽 친구들과 한 시합에서 지면 라켓 탓을 해보기도 했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꼭 구입해야 할 목록에 펜홀더 탁구 라켓을 넣었다.

바로 이 라켓을 딸아이는 학교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사실 남과 다르면 대체로 우월감보다는 열등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주는 라켓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그런데 이것은 기우였다. 탁구를 배우고 돌아온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그 라켓 때문에 쪽팔리지 않았니?"
"아니. 이 한국 라켓 정말 좋아. 친구들이 신기하다고 말했고, 선생님도 좋다고 말했어. 다른 친구들의 라켓과 구별되기 때문에 쉽게 내 라겟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제일 좋아."
"다행이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