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0. 10. 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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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22일이면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운영한 지가 만 3년이 됩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서울의 출판사로부터 리투아니아에 관한 책 출판 제안을 받았습니다. 초반에 뜻하지 않게 수술까지 하는 등 책쓰기에 속도를 내지 못했는데 여름내내 쏟은 수고가 가을을 맞아 결실을 맺는 듯해서 흐뭇한 기분이 듭니다.

그동안 5권의 전문서적을 한국에서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3권의 에스페란토 책을 편저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자신의 책을 내보기는 처음이라 사실 생각보다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로 된 리투아니아에 관한 책이나 문헌이 아직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미지의 유럽 나라를 알리는 데에 일조한다는 사명감(?)도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조판본 교정을 끝내고 곧 인쇄에 들어가 11월에는 서점에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제가 최근 쓴 이 책의 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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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앙에 있는 리투아니아!
우리나라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멀고도 생소한 나라이다.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 대회의 농구 경기가 있을 때 접하게 되는 나라이고, 혹은 리투아니아의 한 회사가 몰디브에 금발 미녀들만 일할 수 있는 휴양지 섬 건설을 추진한다는 등과 같은 해외토픽성 기사에 가끔 등장하는 나라이다.

유럽 북동부 발트해에 접해 있는 리투아니아는 유럽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나 학생들이 연수지로 많이 선택하는 나라이다. 바로 리투아니아어가 살아있는 인도유럽어 사이에 가장 오래된 언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5세기에 리투아니아는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영토를 가진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에 속했다. 하지만 1569년 폴란드와의 연방, 1795년 제정 러시아의 지배, 1940년 소련의 점령 등으로 오랫동안 세계에 자기 민족을 드러내고 발전시키는 데 많은 제약을 받았다.

특히 러시아 지배를 받은 약 2세기 동안 세계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두 차례(1918년과 1990년)에 걸쳐 독립 국가를 재건한 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1009년 역사서에 처음으로 언급된 리투아니아는 천년의 역사를 통해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 리투아니아에 대한 우리나라 사회의 인지도가 조금씩 넓혀지고 있는 것 같아 현지에 사는 사람으로서 반가움을 느낀다. 2009년에 출판된 하일지의 장편소설 <<우주피스 공화국>>에서 리투아니아는 이 신비스러운 우주피스 공화국의 관문으로 등장한다. 그 밖에 소설, 해외토픽 등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말로 된 리투아니아에 대한 서적이나 문헌은 극히 소수이다.

 2007년 11월부터 주로 리투아니아와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blog.chojus.com)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블로그의 글들을 보고 2009년 11월 서울의 한 출판사로부터 리투아니아에 관한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더 익히기 위해 유럽에 첫발을 내딛은 해가 1990년, 리투아니아에 정착한 해가 2000년이다. 각각 20주년과 10주년을 맞는 기념적인 해이고, 또한 지난 세월을 정리해볼 좋은 기회라 여기고 큰 고민 없이 출판에 동의했다. 지금껏 여러 권의 전문 서적을 번역한 경험은 있지만, 솔직히 말해 책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주간동아>, <한겨레 21>, <뉴스메이커>, <부산일보>, <KBS TV와 라디오>, <SBS>, <YTN> 등에 기고한 글과 자료들을 정리해 보완했고, 블로그에 올린 글 중 엄선했으며, 또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몇 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10년 동안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직접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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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여행자를 위해 리투아니아의 볼만한 관광지, 축제, 풍습 등과 아울러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단기 여행자가 경험하기 어려운 리투아니아의 여러 분야와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다양한 삶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또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리투아니아의 천년 역사를 더듬어보았다.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이 책이 미지의 나라 리투아니아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다소나마 해소시키고, 리투아니아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오늘에 이르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출판을 제안해주신 (주)재승출판의 이재영 사장님, 박향미 편집장님, 디자인, 교정 등 책을 만드는 데에 협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리투아니아인 아내 비다와 딴일 하지 말고 책 쓰기에 매진하라고 늘 감시해준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0년 10월
빌뉴스에서 초유스 최대석

  리투아니아의 한반도 지형 호수
  유럽 지리적 중앙, 리투아니아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