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2. 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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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전화했다.

"아빠, 나 배고파! 라면 끓여놓아! 아주 맵게! 알았지?"
"그래. 알았다."

영하 10여도 날씨였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따뜻한 라면이 식탁에 벌써 준비가 되어있다면 딸아이가 얼마나 기뻐할까? 상상만 해도 즐거움의 미소가 떠오른다.

라면이 퍼지면 안 되니까 딸아이가 집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다. 때를 기다렸다가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는 아내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고기요리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라면을 끓이려고 라면상자로 가는데 아내가 말렸다.

"지금 라면?"
"요가일래가 부탁했어."
"오늘은 고기요리를 먹어야지."

조금 후 아파트 현관문을 요가일래가 돌아왔다.

"아빠, 라면 끓이고 있어?"
"미안해. 엄마가 맛있는 고기요리를 하고 있어......"

요가일래는 이내 토라졌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빠는 나쁜 아빠야!"라고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딸아이가 얼마나 매운 라면을 고대했을까? 라면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을까? 딸아이의 토라짐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어제는 하교길에 딸아이를 동행했다. 집으로 오면서 딸아이는 또 라면을 부탁했다.

"아빠, 한국 라면이 내 남자친구야! 정말 사랑해. 내가 먹으면 사라진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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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국 라면은 좋아하는데 한국 과자는 쫗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국 라면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한국 과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며칠 전 지인이 여러 한국 과자를 선물했다. 궁금해서 우리 집 식구들은 봉지를 뜯어 맛을 보았다. 하지만 꽉 찬 봉지는 모두 내 책상으로 집결되었다. 다른 식구들이 한국 과자 맛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이상 먹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한국 과자 하나 하나를 혼자 맛있게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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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