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2. 28. 07:33

해가 긴 여름철이 지나고 회색빛 하늘이 잦아지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벌써 동지가 몹시 기다려진다. 잘 알다시피 동지는 밤이 제일 긴 날이다.

일출: 오전 8시 40분
일몰: 오후 3시 54분

동지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밤이 제일 긴 이날 이후부터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 때문이다. 날이 길어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낮이 제일 긴 하지를 희망하고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것이 덜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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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A)에서 딸아이 초등학교(B)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겨울철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아침 7시 30분에 등교시킨다. 집에서 딸아이 학교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길거리엔 여전히 어둠이 깔려 있고, 가로등이 해를 대신한다. 최근 딸아이는 내가 어렸을 때 등교에 대해 물었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학교는 멀었어?"
"정말 멀었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
"두 시간 정도."
"두 시간이나! 차나 버스가 없었어?"
"없었지."

그때는 손목시계도 없었다. 라디오와 인근 읍사무소에서 나는 12시 정각 사이렌 소리로만 정확한 시간을 알 수가 있었다. 들판 넘어 바다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등교시간의 잣대였다. 막상 두 시간이라고 답했으나 좀 부풀어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구글지도를 살펴보았다. 우리 집(A)에서 학교(B)까지 거리는 2.6km였다. 지금 보니 걸어서 30-40분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 1시간 반 내지 두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가다가 산에 핀 진달래꽃도 보고, 들판에 익어가는 벼도 보고, 길 위로 기어나오는 뱀도 피하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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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A)에서 내 학교(B)까지 거리는 2.6km이다. 우리 마을은 산, 들, 강, 바다가 어울려져 있다.

특히 우리 마을은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강 건너 있는 마을과 산 넘어 있는 마을에는 각각 초등학교가 있었다. 이 학교가 더 가까웠지만, 행정구역상 우리 마을 아이들은 더 멀리 있는 학교로 가야 했다.

정말이지 단지 2.6km밖에 떨어져 있는 학교가 그땐 그렇게 멀어보였다. 읍내에 있는 4층 건물이 하늘만큼 높아보였던 시절이었다. 이는 결국 아이와 어른의 눈높이 차이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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