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11. 2. 14. 07:18

지난해 9월 초순부터 지금까지 방송 취재 활동을 거의 중단했다. 지난 가을에는 책쓰기로 시간이 없었고, 이번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움직이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 빌뉴스에서 350km 떨어진 곳인 팔랑가(Palanga)에 "바다빙어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송 제작사와 상의했다.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당일 출발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힘들 것 같았다. 행사 전날 도착하기로 아내와 결정하고 호텔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행사장 근처인 클라이페다(Klaipeda)에 옛날 아주 친했던 친구가 살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연락이 뜸했다. 그래도 옛날을 생각해서 전화 한 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요즘 바다빙어 낚시철인데 낚시 다니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올해는 아직 가지 않았다."
"바다빙어 축제가 열리는 데 알고 있나?"
"알지. 취재 안 오나?"
"안 그래도 가려고 한다."
"언제?"
"오늘 갈까 생각 중이다."
"오면 호텔 가지 말고 반드시 우리 집에 와서 묵어!!!!"

이렇게 쉽게 잠자리가 해결되었다. 비록 관계가 소원하지만, 먼 곳까지 가서 옛 친구를 만나지 않고 그냥 취재만 달랑하고 온다는 것이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다. 이렇게 초대까지 받았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를 방문하게 되었다. 집을 출발해 차로 그의 집까지 도착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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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 냄새를 풍기는 바다빙어

이날 그는 저녁식사로 바다빙어 요리를 직접해서 대접했다. 싱싱한 바다빙어는 풋오이 냄새를 물씬 풍기는 생선이다. 요즘 재래시장 어물전에 가면 이 바다빙어의 오이 냄새가 꼬끝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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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슈만에서 바다빙어 낚시를 하는 리투아니아 친구

지금 시기에 리투아니아 발트해와 쿠르슈만 일대에서 바다빙어가 많이 잡힌다. 하지만 올해는 어획량이 예전만큼 못하다. 친구는 주말에 쿠르슈만에서 바다빙어 낚시를 하는 데 올해는 아직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그는 재래시장에 가서 바다빙어를 사가지고 왔다. 특히 그는 알을 넣은 바다빙어 튀김이 제일 맛있다고 하면서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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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빙어 요리를 직접하고 맛있게 먹고 있는 친구

튀긴 바다빙어로 이날 생전 처음 배 부르게 먹었다. 바다빙어가 오이 냄새를 풍기듯 우리들의 우정이 다시 풍기듯 해 기분이 무척 좋았다. 2월말 그는 가족과 함께 빌뉴스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냄새를 풍길 차례다. 무슨 요리로 냄새를 풍길까...... 살짝 고민이 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