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4. 4. 08:0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어제 일요일 상상할 수 없는 날씨가 펼쳐졌다. 낮 온도가 무려 영상 15도였다. 봄이지만 지금까지의 낮 온도는 5도를 넘지 않았다. 더욱이 해가 쨍쨍한 날이라 사람들은 거리, 공원 등으로 쏟아져 나왔다. 우리 가족도 처음 만난 봄의 포근함에 안기기로 했다.

초3 작은 딸 요가일래 왈: "아빠, 난 친구하고 밖에서 놀래!"
고3 큰 딸 마르티나 왈: "난 국어 시험 공부해야 돼!"

결국 우리 부부만 산책을 가게 되었다.  

"너 친구하고 집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만 놀고 싫증나면 집에 가서 놀아!"
"예, 아빠 알았어요." (딸아이는 허락해줘 감사함을 느껴 존칭어를 사용했다.)

아내와 함께 빌뉴스 시내 중심가로 발길을 향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공원의 긴의자에 앉아 한참 일광욕을 즐겼다. 혹시 요가일래가 친구하고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나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너 지금 놀이터에서 계속 놀고 있니?"
"아니, 타우라스 산에서 공놀이 하고 있어."
"약속한 놀이터에서만 놀아야지. 왜 좀 멀리 갔니?"
"한 곳에만 있으니 심심해."

타우라스 산은 집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언덕이다. 요가일래가 어릴 때부터 자주 놀러가는 곳이라 안심이 되었다.

"그래 알았어. 그곳에만 놀고 다른 곳에는 가지마!"
"예, 알았어요."

일광욕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시내 중심가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요가일래가 놀고 있을 타우라스 산 옆으로 다가오자 아내가 전화를 해보았다.

"우리가 타우라스 산 가까이 있는데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나, 게디미나스 거리 공원에 와 있어. 아빠에게 비밀로 해! 조금 놀다가 집에 갈 게, 엄마!"

약속한 놀이터, 산, 그리고 이젠 더 멀리 있는 공원까지......
아직 한번도 부모와 약속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아무런 상의도 없이 먼 곳까지 가다니!!!!

"당신 먼저 집에 가. 내가 아이들 있는 곳에 가서 데리고 올 게."
 
요가일래가 있는 쪽으로 가는 도중에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전화했다.

"너 어디니?"
"공원인데 아빠 오지 말고 집에 가. 우리 조금 더 놀고 갈 게. 아빠가 오면 우린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아빠가 가고, 너가 오면 떠 빨리 만나자나!"
"우리 여기 더 놀 거야."
"안 돼! 그긴 낯선 사람들도 많고, 네가 처음 갔잖아. 아빠가 불안하니 빨리 와!"
"아빠 화내지 말고 기뻐해야 돼.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야 돼 -
와~, 우리 딸 정말 대단하다. 먼 공원까지 가서 놀고 있으니까."
"(목소리를 더 이상 높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부모하고 약속한 장소를 벗어나면 안되잖아. 우리가 얼마나 걱정하는 지를 생각해야지."
"알았어. 그러면 천천히 오세요. 미안해요."

초3 딸아이는 이렇게 부모와 약속한 자리를 벗어나 다른 곳까지 가서 노는 것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는 이런 딸아이의 행동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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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기로 약속한 첫 장소인 집 앞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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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 영역을 넓힌 타우라스 산에서 나무타기 놀이를 하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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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화내지 말고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기뻐해야 돼!"

이제 해가 갈수록 딸아이의 당돌함은 거세질 것이다. 부모의 테두리를 점점 넓혀야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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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