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4. 27. 06:50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은 어제 화요일 수업은 총 다섯 시간이었다. 그런데 4교시가 끝나자 전화가 왔다.

"엄마, 학교 식당에서 간식으로 꿀과자를 사먹었는데 배가 아파."
"그래서?"
"선생님이 조퇴 허락을 했어. 엄마가 와서 데리고 가."
"엄마가 지금 언니 일로 바쁘니까, 아빠가 학교로 가도록 할 게."
"알았어."


처음 이런 일이 생겼다. 걱정 가득 빠른 발걸음으로 딸아이 학교로 갔다.
머리 속에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 학교 식당을 찾아가 왜 이런 일이 생겼나를 따질까....
- 위생담당기관을 찾아가 학교 식당 위생상태를 점검해라고 요구할까....

이 날 꿀과자를 먹은 학생들 중 많은 학생이 같은 증세를 겪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딸아이 개인적인 몸의 요인이 야기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빠, 내 혀바닥이 검지?"
"왜?"
"양호 선생님이 약을 주었어."


집 가까이 오자 딸아이는 힘이 드는 듯 안아달라고 했다. 두 손으로 딸아이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벌써 무거진 딸을 안고 집으로 오면서 역시 부모사랑은 내리사랑이로다......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다행히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자 배가 아픈 증상이 나아졌다. 저녁무렵이 되자 딸아이는 완전히 원기를 회복했다. 아냥마저 떨기 시작했다.

"아빠, 안아줘."

딸아이를 안아주는 순간 딸의 무릎이 그만 내 코를 우연히 받아버렸다. 순간 충격으로 코피가 날 듯했지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살다보면 이렇게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아파서 안았던 딸을 내려놓고 손으로 코를 만지면서 부엌에서 나왔다. 한참 후에 다시 딸아이와 마주쳤다.

"아빠, 정말 미안해. 아빠 코가 아팠지?"
"정말 아팠어."
"아빠, 아빠 코가 아픈 만큼 내 코를 때려!!!"

손으로 딸아이 코를 만졌다.

"아빠, 그렇게 말고, 정말 주먹으로 때려!!!"

* 우연히 아빠 코를 무릎으로 때린 딸이 자기 코를 때리라고 한다. 어느 아빠가 되갚음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한 후 딸아이는 눈을 감고, 아빠의 주먹을 기다렸다.

"아빠가 어떻게 너를 때릴 수 있겠나!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기특하다! 고마워!"
"아빠, 내가 미안하고 고마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