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5. 4. 08:27

이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딜 때부터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다. 종종 우리 식구들 사이에 회자되는 일화가 있다. 몇 해전 요가일래가 러시아어 유치원을 졸업하던 날이었다. 

졸업식은 문화행사이다. 남아있는 유치원생들이 재롱을 부리고 떠나가는 유치원생들이 그 동안 배운 노래와 춤을 공연한다. 마지막으로 20여명이 송별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왔다. 다른 아이들은 별다른 감정없이 침착하게 노래를 하는데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요가일래는 눈물을 주럭주럭 흘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요즈음 주말을 몹시 기다린다. 얼마전부터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들리니" 드라마를 본다. 초기에 요가일래와 함께 보왔다. 눈물 흘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아빠하고 같이 보자."
"아빠, 나 안 볼래."
"왜?"
"눈물 나오게 해서 안 볼래."

가끔 길거리에 죽어 있는 새들을 보면 꼭 같이 묻어주자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딸아이에게 주문처럼 하는 말이 있다.

"태어난 것은 모두 때가 되면 죽는다. 죽는 것은 다시 태어난다." 

가끔 놀이 삼아 딸아이와 문장잇기 놀이를 한다.

"태어나면"
"죽는다."
"죽으면"
"태어난다."

생사거래에 대한 무덤덤함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며칠 전 요가일래는 학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친구가 자기 햄스터가 죽었다고 말했는데 내가 깔깔 웃었어. 그러니까 친구가 왜 웃느냐고 삐지듯이 물었어. 그래서 내가 태어난 것은 모두 죽는다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렇듯이 친구가 알았다고 말했어."

이렇게 명랑하게 말을 한 후 요가일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도 봤는데 그 햄스터가 정말 귀여웠어. 정말 마음이 아파."
"친구한테는 웃었고, 지금은 울고 있네."
"친구가 슬퍼하지 말라고 웃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나도 슬퍼."
"슬퍼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기뻐해도 너무 기뻐하지 않는 것이 좋아."
"알아. 하지만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
"그러니 마음의 힘을 길러야 돼."
"노력해볼 게."

요가일래와 대화하는 동안 옛날 어머님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어느 날 어머님은 이렇게 물어셨다.

"너 시골 할머니한테 놀려가지 않을래?"
"좋지."


이렇게 어머님과 같이 버스를 타고 기대감과 함께 시골로 향했다. 그런데 시골이 가까워지자
어머님 왈: "가면 할머님은 안 계실 거야."

대학생인 아들이 충격을 받을까 어머님은 장례에 가자라는 말 대신 놀려가자고 말하셨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셨겠지만, 이렇게 어머님은 죽음 앞에 듬듬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태어난 것은 죽는다."라라고 요가일래에게 말했다.
"하지만 언제 죽을 지 아무도 모르잖아!"라고 답했다.
"그렇지. 모르니까 열심히 살아야지."
Posted by 초유스